오랜 시간 서서 일하거나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은 뒤 다리가 무겁고 붓는 증상을 단순한 피로로 넘기는 사람이 많다. 밤마다 종아리에 쥐가 나거나 다리가 저리고 화끈거리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하지정맥류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겉으로 굵은 혈관이 보이지 않더라도 다리 정맥 안에서는 이미 혈액이 역류하고 있을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 안에 있는 판막의 기능이 약해지면서 발생한다. 정상적인 판막은 다리에서 심장으로 올라가는 혈액이 아래로 되돌아오지 않도록 막아준다. 판막이 손상되면 혈액이 다리에 고이고 정맥 내부 압력이 높아지면서 혈관이 늘어나고 구불구불하게 변한다.
초기에는 오래 앉거나 서 있을 때 다리가 무겁고 쉽게 피곤해지는 증상으로 시작할 수 있다. 종아리가 찌릿하거나 타는 듯 아프고 발목이 붓기도 한다. 밤에 반복되는 근육경련과 가려움, 다리를 가만히 두기 어려운 불편감도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은 오후나 저녁에 심해지고 다리를 올린 채 쉬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질환이 진행되면 피부 표면에 거미줄 모양의 실핏줄이 생기거나 푸른색 혈관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다. 발목 주변 피부가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하고 단단해지거나 염증이 반복될 수도 있다. 심한 만성정맥부전으로 이어지면 피부가 헐어 상처가 생기고 잘 낫지 않는 정맥성 궤양이 발생할 수 있다.
위험은 나이가 들수록 커질 수 있으며 가족력과 임신, 비만, 운동 부족도 영향을 준다. 교사와 판매직처럼 오래 서 있는 사람뿐 아니라 사무직과 운전직처럼 장시간 앉아 있는 사람도 주의해야 한다. 같은 자세를 오래 유지하면 종아리 근육의 펌프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아 정맥혈이 다리에 머물기 쉽다.
진단에는 증상과 피부·혈관 상태를 확인하는 진찰과 정맥 초음파가 활용된다. 초음파를 통해 혈액이 흐르는 방향과 역류 위치, 혈관 상태, 혈전 유무를 확인하고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눈에 보이는 혈관의 굵기만으로 치료 필요성을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한쪽 다리만 갑자기 붓고 뜨거워지면서 종아리 통증이 생겼다면 하지정맥류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심부정맥혈전증에서도 한쪽 다리의 부기와 압통, 피부색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이나 가슴 통증이 동반되면 혈전이 폐혈관을 막았을 가능성이 있어 즉각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치료는 증상과 역류 범위에 따라 달라진다. 생활습관 개선과 의료용 압박스타킹으로 증상을 관리하기도 하며, 필요하면 경화요법과 레이저·고주파를 이용한 정맥 내 치료,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압박스타킹은 압력과 길이, 착용 방법이 환자의 혈관 상태에 맞아야 하므로 임의로 선택하기보다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좋다.
예방과 증상 관리를 위해서는 적어도 30분마다 자세를 바꾸고 잠시 걷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앉아 있을 때 발목을 돌리거나 발뒤꿈치를 반복해 올리고, 걷기와 같은 활동으로 종아리 근육을 움직이는 것이 좋다. 쉬는 동안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리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다리 정맥의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단순히 혈관이 보기 싫게 튀어나오는 미용 문제가 아니다. 다리 무거움과 부종, 야간 경련이 반복되거나 피부색이 변하고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면 정맥 순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다리가 보내는 작은 신호를 일찍 살피는 것이 만성적인 통증과 피부 합병증을 줄이는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