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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줄이는 의약품 규제 시작된다, WHO가 첫 세계 기준을 내놓은 이유

원료 생산부터 포장·유통·폐기까지 저탄소 전환, 품질과 공급 안정성은 유지해야

메디닉스 정동현기자|입력 |조회 2
탄소 줄이는 의약품 규제 시작된다, WHO가 첫 세계 기준을 내놓은 이유
사진=AI 생성 이미지

세계보건기구가 의약품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첫 국제 규제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 WHO가 7월 29일 공개한 지침은 의약품 제조와 허가제도가 친환경 기술의 도입을 촉진하되, 의약품의 품질과 안전성, 효과, 환자 접근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

보건의료체계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의약품은 원료 채굴과 합성, 원료의약품 생산, 완제품 제조, 포장, 냉장·운송, 사용 후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에너지와 자원을 소비한다. 다국적 공급망을 거치는 제품은 운송거리와 보관조건에 따라 배출량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동안 친환경 제조기술이 개발돼도 허가사항을 변경하는 절차가 복잡하거나 국가별 요구기준이 달라 실제 생산라인에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제조공정을 저탄소 방식으로 바꾸더라도 품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자료를 다시 제출해야 하고, 여러 나라의 승인을 각각 받아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WHO는 규제기관이 의약품의 탄소 감축을 단순한 기업 홍보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평가하도록 공통 기준과 측정방법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제품별 온실가스 배출을 어떤 범위까지 계산할지, 제조사가 어떤 방식으로 보고할지 국제적인 정렬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규제 담당자의 기후 관련 전문성도 강화해야 한다. 원료의약품 생산과 멸균공정, 냉장유통처럼 배출량이 집중되는 구간을 파악하고, 친환경 기술로 변경했을 때 품질과 안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국제 규제기관 사이의 정보공유와 공동심사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디지털 허가서비스와 조기 과학상담, 허가 후 변경절차의 효율화도 포함됐다. 제조사가 공정 개선을 계획하는 초기 단계부터 규제기관과 자료 요건을 협의하고, 품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 지속가능성 변경은 신속히 검토하자는 방향이다. 다만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안전성과 품질 검증을 생략하는 것은 아니다.

제약회사는 원료 공급처와 생산공정뿐 아니라 포장재와 물류까지 관리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불필요하게 큰 포장을 줄이고 재활용 가능한 자재를 사용하거나, 온도 유지 기술을 개선해 콜드체인의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 의약품도매와 유통현장에서도 배송동선과 재고관리, 폐기율이 탄소 배출과 연결된다.

친환경 전환 과정에서 약값이 오르거나 공급이 줄어드는 문제는 경계해야 한다. WHO는 저소득 국가의 제조사와 규제기관이 기술과 비용 문제로 배제되지 않도록 지원과 기술이전, 지속가능한 금융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친환경 의약품이 기존 제품보다 효과가 떨어지거나 비싸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환경표시만으로 약을 선택하기보다 허가된 효능과 안전성, 의료진의 처방을 우선해야 한다. 사용하지 않는 약은 하수구나 일반 쓰레기에 버리지 말고 지역의 폐의약품 수거체계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WHO의 이번 프레임워크는 의약품 규제가 환자의 안전만 보는 제도에서 공급망과 기후위기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제조와 유통 단계의 탄소정보를 어떻게 측정하고 허가·조달제도에 반영할지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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