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키우는 보호자들은 흔히 체중계에 나타나는 숫자만으로 비만 여부를 판단하곤 한다. 그러나 견종과 골격, 근육량에 따라 적정 체중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숫자 하나만으로 비만 여부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이럴 때 참고할 수 있는 지표가 체형점수로, 갈비뼈와 허리, 배 라인을 눈으로 살피고 손으로 짚어보며 체지방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이다.
체중계에 표시되는 숫자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같은 품종이라도 골격이 크고 근육량이 많은 개체는 체중이 더 나가더라도 비만이라 보기 어렵고, 반대로 체중이 표준 범위 안에 있어도 체지방이 과도하게 쌓여 있을 수 있다. 소형견과 대형견, 성견과 노령견은 적정 체중 범위 자체가 다르므로 체중 수치만으로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활용되는 지표가 체형점수다. 체형점수는 반려동물의 갈비뼈와 허리, 배 라인을 눈으로 관찰하고 손으로 짚어보며 체지방과 근육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국내외 수의학계에서는 보통 다섯 단계나 아홉 단계 척도를 활용하며, 전문 장비 없이 가정에서도 간단한 방법으로 대략적인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장 먼저 확인할 부분은 갈비뼈다. 반려동물의 옆구리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짚었을 때 큰 힘을 주지 않아도 갈비뼈의 윤곽이 만져진다면 적정 체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갈비뼈가 두꺼운 지방층에 가려져 전혀 만져지지 않는다면 비만을 의심할 수 있고, 갈비뼈가 눈으로도 도드라져 보인다면 저체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가정에서도 갈비뼈 촉진으로 체형 확인 가능 [그림=메디닉스DB]
두 번째로 확인할 부분은 허리 라인이다. 반려동물을 위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갈비뼈 뒤쪽으로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가는 곡선이 보이는지 살펴야 한다. 적정 체형이라면 몸통 중간에서 골반 쪽으로 갈수록 자연스럽게 폭이 좁아지는 모래시계 형태를 띠지만, 비만한 경우에는 옆구리가 일직선으로 이어지거나 오히려 볼록하게 튀어나온 모습을 보인다.
옆에서 바라볼 때는 배 라인을 확인하면 된다. 가슴 아래에서 뒷다리 쪽으로 이어지는 배 부분이 위쪽으로 자연스럽게 접혀 들어가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 흔히 복부 처짐이라 부르는데, 적정 체형에서는 이 라인이 뚜렷하게 관찰되지만 비만한 경우에는 배가 아래로 처지거나 가슴 라인과 거의 평행하게 늘어져 보이는 차이가 있다.
이 세 가지 관찰을 종합해 점수를 매기면 보다 객관적인 체형 평가가 가능해진다. 아홉 단계 척도를 기준으로 볼 때 중간값에 해당하는 네 단계에서 다섯 단계가 이상적인 체형으로 여겨지며, 여섯 단계 이상부터는 과체중, 일곱 단계 이상은 비만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세 단계 이하라면 저체중을 의심하고 급여량과 건강 상태를 함께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허리 라인 관찰은 체형점수 평가의 핵심 요소 [그림=메디닉스DB]
관련 학회와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의 비만이 관절과 심장, 대사기능에 직접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과체중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무릎과 고관절에 가해지는 하중이 늘어나 관절 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지고, 호흡과 혈액순환에도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 체형점수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습관은 이러한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체형점수는 한 번 측정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관찰해 변화 추이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갈비뼈와 허리 라인을 손으로 확인하고 사진으로 남겨두면 시간에 따른 변화를 비교하기 쉽다. 사료 급여량 역시 포장지 표시량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체형점수 변화를 보며 조금씩 조절하고, 간식도 하루 섭취 열량에 포함해 계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정에서 체형점수를 확인했을 때 비만이나 저체중이 의심되거나 최근 들어 체형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중성화 이후나 노령기에 접어든 반려동물은 활동량이 줄면서 체형이 빠르게 변할 수 있어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갑작스러운 체중 변화는 내분비 질환 등 다른 원인과 관련될 수 있으므로 수의사와 상담해 체계적인 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