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뒤 갑작스러운 고열과 손목, 발목, 손가락 관절의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면 단순한 몸살로 넘겨서는 안 된다. 최근 중남미 일부 지역에서 모기가 옮기는 치쿤구니야열이 확산하면서 해외여행객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지난 7월 16일 코스타리카 과나카스테주에서 치쿤구니야열 유행이 확인됐다며 여행자에게 강화된 예방수칙을 적용하는 2단계 여행 건강 안내를 발령했다. 환자는 유명 휴양지인 플라야 랑고스타를 중심으로 보고됐다.

치쿤구니야열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집트숲모기나 흰줄숲모기에 물려 발생한다. 이 모기들은 뎅기열과 지카바이러스 감염증도 옮길 수 있으며, 주로 낮에 활발하게 흡혈한다. 해외에서 감염된 사람이 국내로 돌아온 뒤 다시 모기에 물리면 해당 모기가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가능성이 있어 증상이 있는 동안 추가 모기 노출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감염된 모기에 물린 뒤 보통 3일에서 7일 사이 갑작스러운 발열과 심한 관절통이 시작된다. 두통과 근육통, 관절 부종, 피로, 피부 발진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대부분 일주일 안에 급성 증상이 호전되지만 일부 환자는 관절 통증과 뻣뻣함이 수개월 이상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손가락이나 손목, 발목처럼 작은 관절이 아파 일상적인 움직임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

고령자와 고혈압·당뇨병·심장질환을 가진 사람, 출산 전후 감염된 신생아는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드물게 눈과 심장, 신경계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어 의식 변화와 심한 무기력감, 호흡곤란, 지속적인 구토가 동반된다면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다.

주의할 점은 치쿤구니야열의 초기 증상이 뎅기열과 매우 비슷하다는 것이다. 해외여행 후 고열과 관절통이 나타났다고 아스피린이나 일부 소염진통제를 임의로 복용하면 안 된다. 뎅기열이 배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러한 약물이 출혈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우선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진통제를 고려하되, 복용 가능 여부와 용량은 의료진이나 약사에게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치쿤구니야열을 직접 없애는 특정 항바이러스제는 없으며 휴식과 수분 보충, 통증 조절이 치료의 중심이다.

여행 중에는 긴소매 옷과 긴 바지를 착용하고 제품 사용법에 맞춰 모기 기피제를 발라야 한다. 에어컨이나 방충망이 갖춰진 숙소를 이용하고, 화분받침과 양동이처럼 물이 고인 용기를 비우는 것도 중요하다. 숲모기는 낮에도 활동하므로 밤에 모기장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코스타리카를 비롯한 중남미·아프리카·아시아의 유행지역을 다녀온 뒤 열과 관절통, 발진이 생겼다면 방문 국가와 도시, 모기에 물린 시기, 증상이 시작된 날짜를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열이 내려갔더라도 관절통이 오래 지속된다면 단순한 여행 피로로만 여기지 말고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