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충분히 마시는 습관은 체온 조절과 혈액순환, 노폐물 배출을 위해 중요하다. 그러나 건강을 위해 정해진 양을 반드시 채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갈증이 없는데도 물을 계속 마시거나, 짧은 시간에 여러 리터를 한꺼번에 섭취하는 행동은 오히려 몸의 수분과 전해질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우리 몸의 나트륨은 신경과 근육 기능을 유지하고 세포 안팎의 수분량을 조절하는 주요 전해질이다. 물을 신장이 배출할 수 있는 속도보다 지나치게 빠르게 마시면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희석되면서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과도한 물 섭취가 신장의 수분 배출 능력을 넘어설 경우 혈중 나트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초기에는 두통과 메스꺼움, 피로감, 근육 경련, 무기력처럼 비교적 흔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상태가 심해지면 혼란과 구토, 의식 저하, 경련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응급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갑작스러운 혼란이나 반복적인 구토, 경련, 의식 소실이 나타난다면 즉시 의료기관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건강한 성인이 일상생활에서 물을 조금 많이 마셨다고 곧바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위험은 짧은 시간에 매우 많은 양을 마시거나, 땀으로 나트륨을 많이 잃은 상황에서 물만 계속 보충할 때 커질 수 있다. 마라톤과 장거리 등산, 장시간 야외 운동처럼 땀 배출이 많은 활동에서는 갈증을 무시한 채 물을 과도하게 마시는 행동도 주의해야 한다.

수분 필요량은 체중과 식사, 기온, 운동량, 임신 여부,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매일 같은 양을 억지로 마실 필요는 없다. 평소 갈증이 심하지 않고 소변이 옅은 노란색을 유지한다면 수분 상태가 대체로 적절한 것으로 참고할 수 있다. 반대로 소변이 지나치게 투명한 상태로 계속 나오고 화장실을 매우 자주 찾는다면 필요 이상으로 마시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수 있다.

물을 마실 때는 한꺼번에 몰아서 섭취하기보다 하루 동안 나누어 마시는 편이 좋다. 기상 후와 식사 사이, 외출 전후처럼 일정한 시점에 조금씩 보충하고 운동 중에는 갈증과 땀 배출량을 고려해야 한다. 장시간 고강도 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물뿐 아니라 식사와 전해질 보충까지 함께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특정 질환이나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심장과 신장, 간 질환이 있거나 이뇨제와 일부 항우울제 등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몸의 수분 배출 능력과 나트륨 농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고령자도 질환과 약물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 의료진이 수분 섭취량을 따로 안내했다면 그 지침을 따라야 한다.

물을 마시는 것은 건강에 필요하지만 많은 양 자체가 건강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갈증과 활동량, 날씨, 질환 상태를 고려해 조금씩 나누어 섭취하고 정해진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마시는 습관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분 관리의 핵심은 부족하지도, 지나치지도 않게 몸의 상태에 맞추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