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을 내는 포도당과 과당은 1g당 제공하는 열량이 같지만, 뇌가 두 당을 받아들이는 방식까지 동일한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어떤 당류를 어떤 형태로 섭취하느냐에 따라 식욕과 음식 선택에 관여하는 신호가 달라질 가능성이 제시되면서 가당음료와 과일주스 섭취 습관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7월 14일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연구진은 생쥐에게 포도당과 과당을 각각 섭취하게 한 뒤, 배고픔을 조절하는 뇌의 AgRP 신경세포 반응을 비교했다. 해당 신경세포는 활동이 강해질수록 허기를 느끼게 하고, 음식을 섭취하면 활동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뉴런에 발표됐다.

분석 결과 포도당을 섭취한 생쥐에서는 과당을 먹었을 때보다 AgRP 신경세포의 활동이 더 크게 감소했다. 포도당과 과당이 함께 들어 있는 고과당 옥수수시럽도 과당만 섭취한 경우보다 신경세포 활동을 더 억제했다. 실제 먹는 양은 두 당 사이에서 비슷했지만, 생쥐는 과당만 들어 있는 액체보다 포도당이나 고과당 옥수수시럽이 포함된 액체를 더 선호했다.

장과 뇌가 신호를 주고받는 경로도 달랐다. 과당은 소화기관과 뇌를 연결하는 미주신경의 특정 세포를 활성화했지만, 포도당 신호는 척수를 포함한 다른 경로를 통해 전달되는 것으로 관찰됐다. 연구진은 같은 열량을 제공하는 당류라도 종류에 따라 식욕 관련 뇌 회로에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생쥐를 대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사람의 식욕이나 체중 변화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과당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반드시 더 배고파진다거나 포도당이 더 건강하다는 의미도 아니다. 실제 식품에는 여러 종류의 당과 지방, 단백질, 식이섬유가 함께 들어 있어 뇌와 대사 반응은 훨씬 복잡하게 나타난다.

과당이라는 이름 때문에 과일을 피해야 한다고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통째로 먹는 과일에는 식이섬유와 수분, 비타민이 포함돼 있어 씹는 과정과 소화 속도가 음료와 다르다. 세계보건기구도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건강한 탄수화물 공급원으로 제시하는 반면, 설탕을 넣지 않은 과일주스도 상당량의 유리당을 포함할 수 있어 섭취량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첨가당과 꿀, 시럽, 과일주스 등에 포함된 유리당을 하루 총 섭취 열량의 10% 미만으로 줄이고, 가능하다면 5% 이하로 낮추는 것이 추가적인 건강 이득을 줄 수 있다고 권고한다. 2000㎉를 섭취하는 성인 기준 10%는 당류 약 50g에 해당한다.

생활 속에서는 과일맛 음료나 액상과당이 들어간 음료를 생수처럼 자주 마시는 습관부터 점검해야 한다. 과일은 갈아 마시기보다 가능한 한 통째로 먹고, 시판 주스는 무가당 표시만 보지 말고 1회 제공량과 총 당류 함량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커피와 차에 넣는 시럽, 운동 뒤 마시는 가당음료, 어린이용 과일음료도 하루 당류 섭취량에 포함된다.

이번 연구는 모든 당을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결론보다, 같은 열량의 당류라도 몸이 받아들이는 방식은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건강한 단맛 섭취의 핵심은 과당과 포도당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음료와 가공식품을 통해 빠르게 들어오는 유리당을 줄이고 과일과 통곡물처럼 식이섬유가 포함된 식품을 중심으로 식사를 구성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