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제로만 사용되던 PCSK9 억제제를 알약으로 복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2026년 7월 17일 성인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의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최초의 경구용 PCSK9 억제제 립펜드라를 승인했다. 성분명은 엔리시타이드로, 식이조절과 운동 및 기존 약물치료에 추가해 사용하는 1일 1회 복용 제제다.

PCSK9는 간세포 표면에서 혈액 속 LDL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수용체의 분해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PCSK9의 작용을 억제하면 간이 혈액 속 LDL 콜레스테롤을 더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기존 PCSK9 억제제는 강력한 LDL 감소 효과를 보였지만 일정한 간격으로 주사를 맞아야 해 주사에 대한 부담과 보관, 투여 편의성 등이 치료 지속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새로 승인된 약은 알약 형태라는 점에서 접근성이 주목된다. 스타틴을 충분히 복용했는데도 LDL 수치가 목표에 도달하지 않거나, 유전적으로 LDL이 높은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에게 추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먹는 약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스타틴을 모두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허가는 식사와 운동, 환자가 견딜 수 있는 최대 용량의 기존 치료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FDA가 검토한 두 임상시험에는 고콜레스테롤혈증 성인 3207명이 참여했다.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위험이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는 24주 뒤 위약군과 비교해 LDL 콜레스테롤이 평균 56% 감소했다.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 시험에서는 평균 5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연구 모두 참가자들은 기본적으로 스타틴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러한 수치가 곧바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을 같은 비율로 낮춘다는 뜻은 아니다. LDL 감소 효과와 실제 심혈관 사건 예방 효과는 구분해서 해석해야 한다. 장기간 복용했을 때 심근경색과 뇌졸중, 심혈관 사망이 얼마나 감소하는지는 후속 연구와 실제 진료자료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험에서 전반적인 이상반응 발생 빈도는 위약군과 비슷했지만,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가 참여한 연구에서는 설사와 어지럼증이 상대적으로 자주 보고됐다. 새로운 약이라고 해서 누구에게나 적합한 것은 아니며 간 기능과 복용 중인 약물, 기존 질환, 임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처방을 시작한 뒤에는 LDL 수치와 이상반응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국내 환자가 주의할 점은 미국의 승인이 곧바로 국내 판매와 처방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국내에서 사용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와 급여 평가, 유통 절차 등이 별도로 필요하다. 해외 승인 소식만 보고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하거나 기존 약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고지혈증은 대부분 뚜렷한 증상이 없지만 혈액 속 LDL 콜레스테롤이 장기간 높게 유지되면 혈관 벽에 쌓여 동맥경화를 촉진한다. 특히 젊은 나이부터 수치가 높거나 가족 중 조기 심근경색 환자가 있다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식사와 운동만으로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최초의 경구용 PCSK9 억제제 승인은 고지혈증 치료가 주사와 알약을 함께 활용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핵심은 새로운 약 자체보다 환자의 심혈관 위험과 목표 LDL 수치에 맞춰 기존 치료를 얼마나 안전하고 꾸준하게 이어가느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