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물설사가 시작되면 상한 음식을 먹었거나 흔한 바이러스성 장염에 걸렸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설사가 며칠 좋아졌다가 다시 반복되고 식욕 저하와 체중 감소가 이어진다면 사이클로스포라증 가능성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이클로스포라증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기생충이 소장을 감염시켜 발생하는 장 질환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7월 1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1일 이후 미국 내에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환자는 1645명이다. 환자는 34개 주에서 보고됐으며 141명이 입원했다. 사망자는 없었지만 여러 지역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환자가 증가했고, 보건당국은 복수의 집단발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아직 공통 감염원이 모두 확인된 것은 아니며 신고 지연을 고려하면 환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감염의 대표적인 경로는 기생충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과거 여러 종류의 신선 농산물이 집단감염과 관련된 사례가 있었다. 열대와 아열대 지역을 여행한 뒤 감염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집계에는 해외여행 없이 미국 안에서 음식을 먹고 발병한 사례가 포함됐다.

증상은 감염 후 약 일주일이 지나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이틀에서 2주 이상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자주 발생하는 물설사이며 갑작스럽고 심한 배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욕 저하와 체중 감소, 복부 팽만, 가스, 복통, 메스꺼움, 피로감이 동반되기도 한다.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며칠에서 한 달 이상 지속될 수 있고,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재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사람 사이의 직접 전파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 배설물로 나온 기생충이 바로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것이 아니라 외부 환경에서 최소 1∼2주가량 지나야 감염력을 갖기 때문이다. 다만 손 위생과 식품 취급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오염된 물이 농산물이나 조리도구에 닿으면 식탁까지 이어질 수 있어 생채소와 과일을 준비할 때 교차오염을 막아야 한다.

진단에는 대변검사가 사용된다. 일반적인 대변검사만으로는 기생충을 발견하지 못할 수 있어 최근 여행지와 섭취한 음식, 증상 지속기간을 의료진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 검사 시 사이클로스포라 확인을 별도로 요청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검출이 어려우면 서로 다른 날에 채취한 검체를 여러 차례 검사할 수 있다.

물설사가 오래 지속되면 수분과 전해질 손실로 소변량이 줄고 어지럼증이나 극심한 무기력감이 나타날 수 있다. 고령자와 어린이, 면역기능이 저하된 사람은 증상이 더 길고 심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설사가 여러 날 계속되거나 체중이 줄고 소변량이 감소한다면 단순 배탈로 버티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처방약이 사용될 수 있지만 알레르기와 복용 중인 약을 고려해야 하므로 남은 항생제를 임의로 먹어서는 안 된다.

예방을 위해서는 흐르는 물에 손을 충분히 씻고 채소와 과일을 손질하기 전후로 조리대와 도구를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 농산물을 씻는 행동이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생충을 완전히 제거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여행 중에는 출처가 불분명한 물과 얼음, 충분히 세척되지 않은 생채소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 장염은 흔하지만 오랫동안 낫지 않는 설사는 흔한 배탈과 다를 수 있다. 증상이 좋아지는 듯하다 다시 반복된다면 최근 먹은 신선식품과 해외여행 이력을 함께 확인하고, 필요한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