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에는 호텔 수영장, 워터파크, 스파, 야외 분수, 물놀이 시설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물이 있는 공간은 더위를 식히는 데 도움이 되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물 시설은 감염병의 통로가 될 수 있다. 특히 레지오넬라증은 물속에 있던 균이 미세한 물방울 형태로 공기 중에 퍼지고, 이를 들이마시면서 발생할 수 있는 호흡기 감염질환이다.
레지오넬라균은 자연계의 물에도 존재할 수 있지만, 문제가 되는 경우는 주로 인공 물 시스템에서 균이 증식하고 물안개가 발생할 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레지오넬라가 물을 사용하면서 미스트를 만드는 장치를 통해 가장 흔히 퍼진다고 설명한다. 온수 욕조, 장식용 분수, 냉각탑, 샤워기, 대형 배관 시스템 등이 대표적인 위험 환경으로 언급된다.
레지오넬라증에는 크게 폐렴 형태인 레지오넬라병과 비교적 가벼운 독감 유사 질환인 폰티악열이 있다. 레지오넬라병은 고열, 기침, 호흡곤란, 근육통, 두통, 피로감으로 시작될 수 있고, 폐렴으로 진행하면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레지오넬라증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며, 보고와 진단 체계에 따라 발생률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스파와 온수 욕조가 특히 주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물 온도와 물방울 때문이다. CDC는 온수 욕조가 레지오넬라가 자라기 좋은 온도 범위에 머무르기 쉽고, 물방울을 공기 중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안내한다. 여기에 소독제 농도가 충분히 유지되지 않거나 물이 오래 순환되면 균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분수 시설도 예외가 아니다. 장식용 분수는 물이 떨어지고 튀면서 미세한 물방울을 만들 수 있고, 실내 공간에서는 그 물방울이 주변 공기 중에 머무를 수 있다. CDC는 장식용 분수가 레지오넬라 노출원이 될 수 있으며,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따뜻한 주변 온도와 조명, 물 순환 구조도 균 증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레지오넬라증이 오염된 물을 마셔서 생기는 질환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은 오염된 물방울을 흡입하면서 감염된다. 그래서 목욕탕이나 스파, 분수 주변에서 물을 마시지 않았더라도, 미세한 물방울에 반복적으로 노출됐다면 위험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일반적인 사람 간 접촉으로 쉽게 퍼지는 감염병은 아니기 때문에, 과도한 불안보다 위험 환경을 이해하고 예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고위험군은 더 주의해야 한다. 50세 이상, 흡연자, 만성폐질환자, 당뇨병·신장질환 등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는 레지오넬라병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런 사람이 스파나 온수 욕조를 이용한 뒤 2주 이내에 기침, 호흡곤란, 발열, 근육통이 나타난다면 단순 감기나 냉방병으로만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CDC도 온수 욕조를 이용한 뒤 2주 안에 레지오넬라병 또는 폰티악열 증상이 나타나면 의료진에게 이용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안내한다.
시설 관리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레지오넬라균은 물의 온도, 물의 정체, 소독제 농도, 배관 내 생물막과 침전물에 영향을 받는다. CDC는 건물 배관 시스템에 물이 오래 정체되면 레지오넬라와 같은 균이 자라고 퍼질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장기간 닫았던 숙박시설이나 물놀이 시설, 휴양시설은 재개장 전 수질과 배관 관리를 확인해야 한다.
이용자도 기본 수칙을 지킬 수 있다. 물이 탁하거나 냄새가 강하게 나고, 관리 상태가 불분명한 온수 욕조나 스파 시설은 이용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시설 안에 수질 관리 안내가 있는지, 물이 적절히 순환되고 있는지, 이용 인원이 지나치게 많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면역력이 약하거나 만성폐질환이 있는 사람은 온수 욕조와 실내 분수 주변에서 오래 머무르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여름철 물놀이 시설에서는 레지오넬라뿐 아니라 다른 감염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수영장과 스파는 피부염, 외이도염, 위장관 감염 등 여러 물 관련 감염이 생길 수 있는 환경이다. 물놀이 전후 샤워를 하고, 설사 증상이 있을 때는 수영장을 이용하지 않으며, 아이가 물을 삼키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도 기본적인 예방 수칙이다.
레지오넬라증은 흔한 감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고위험군에서는 폐렴으로 진행할 수 있는 질환이다. 여름철 분수와 스파, 온수 욕조는 더위를 식히는 공간이지만, 물이 따뜻하고 미세한 물방울이 생기는 환경에서는 감염 위험도 함께 살펴야 한다. 물놀이 후 기침과 발열, 숨참이 이어진다면 최근 이용한 시설을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정확한 진단과 치료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