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사료를 먹다가 자꾸 흘리거나, 한쪽으로만 씹고, 딱딱한 사료를 피한다면 단순 입맛 변화로만 보기 어렵다. 고양이는 통증을 잘 숨기는 동물이라 입안이 아파도 평소처럼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씹는 방식이 달라지고, 침을 흘리거나, 입 주변을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면 치아흡수병변 같은 구강질환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치아흡수병변은 고양이에서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치과 질환이다. 치아를 이루는 단단한 조직이 점차 파괴되면서 치아 뿌리나 치관이 흡수되는 질환으로, 진행되면 심한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코넬대학교 고양이건강센터는 치아흡수병변이 전체 고양이의 약 20~60%에서 나타날 수 있고, 5세 이상 고양이에서는 더 흔하게 확인된다고 설명한다.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문제는 보호자가 초기에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치아흡수병변은 잇몸선 근처나 치아 뿌리 쪽에서 시작될 수 있어 겉으로만 봐서는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고양이가 밥을 먹고 있다면 보호자는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통증을 피하려고 한쪽으로 씹거나 사료를 삼키듯 먹을 수 있다. 통증이 심해지면 사료를 흘리고, 침을 흘리며, 먹다가 갑자기 멈추거나 입을 털듯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일 수 있다.

코넬대학교 자료에 따르면 치아흡수병변이 있는 고양이는 먹기 싫어하거나, 침을 흘리고, 먹을 때 머리를 한쪽으로 돌리며, 예민해질 수 있다. 진단은 입안 검사뿐 아니라 병변 부위를 조심스럽게 확인하고, 머리와 턱의 치과 방사선 검사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검사는 대개 마취가 필요하다.

고양이 치아흡수병변에서 흔히 보이는 행동 변화는 사소하게 시작된다. 딱딱한 사료보다 부드러운 간식이나 습식 사료만 찾고, 씹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밥그릇 주변에 사료 조각을 많이 흘릴 수 있다. 입 주변을 앞발로 문지르거나, 턱을 만졌을 때 피하고, 하품할 때 불편해하는 모습도 보일 수 있다. 어떤 고양이는 평소보다 예민해지거나 숨어 지내기도 한다.

VCA 동물병원 자료도 치아흡수병변이 있는 고양이에서 침 흘림, 구강 출혈, 식사 곤란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마취 상태에서의 구강 검사와 치과 방사선 검사 없이는 병변이 발견되지 않아, 고양이가 통증을 조용히 견디는 경우가 많다고 안내한다.

구취가 있다고 모두 치아흡수병변은 아니다. 치석, 치은염, 치주질환, 구내염, 치아 파절 등도 고양이 입 냄새와 통증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치아흡수병변은 치아 자체가 파괴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단순 스케일링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병변의 위치와 진행 정도에 따라 발치나 치관 절제 등 치료 방향이 달라질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보호자가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입안을 억지로 벌려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다. 사료를 흘리는지, 한쪽으로만 씹는지, 갑자기 습식만 찾는지, 침을 흘리거나 입 주변을 만지는 것을 싫어하는지 살펴야 한다. 입안에서 피가 나거나, 잇몸이 붉고 부어 있거나, 치아 일부가 깨진 듯 보이면 빠르게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양치도 중요하지만, 이미 치아흡수병변이 진행된 치아를 양치로 되돌릴 수는 없다. 양치는 치태와 치석 관리를 돕고 치은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통증이 있는 치아를 세게 닦으면 오히려 고양이가 더 싫어할 수 있다. 평소에는 고양이 전용 치약과 부드러운 칫솔로 천천히 적응시키되, 씹기 힘들어하거나 통증 신호가 있다면 양치 훈련보다 진료가 먼저다.

정기 구강검진은 고양이에게 특히 중요하다. 고양이는 아파도 먹는 척을 하고, 보호자가 보지 않을 때 천천히 먹거나 삼키는 방식으로 적응할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치석이 많지 않아도 치아 뿌리 쪽에 병변이 숨어 있을 수 있어, 필요한 경우 치과 방사선 검사가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연구 자료에서도 치아흡수병변은 고양이 치과에서 흔한 문제이며, 식욕이 유지되는 고양이라도 치은염이나 치태 같은 구강질환 신호가 있다면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됐다.

고양이가 사료를 흘리는 행동은 장난이나 까다로운 입맛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입안 통증을 피하기 위해 씹는 방식을 바꾼 결과일 수 있다. 특히 중년 이후 고양이에서 식사 습관 변화, 침 흘림, 구취, 한쪽 씹기, 딱딱한 사료 회피가 반복된다면 치아흡수병변을 포함한 구강질환 검사가 필요하다.

반려묘 구강건강은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자주 놓친다. 고양이가 말하지 못하는 통증은 식사 습관과 행동 변화로 드러난다. 밥그릇 주변에 흘린 사료, 갑자기 줄어든 씹는 소리, 입을 만지기 싫어하는 반응은 보호자가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신호다. 치아흡수병변은 조용히 진행될 수 있지만, 늦게 발견될수록 고양이의 통증은 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