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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앞에서 망설이는 고양이, 배변 실수보다 환경 스트레스 살펴야

모래 종류와 화장실 크기·위치가 배변 행동에 영향, 갑작스러운 변화는 질환 여부도 확인해야

메디닉스 도현정기자|입력 |조회 0
화장실 앞에서 망설이는 고양이, 배변 실수보다 환경 스트레스 살펴야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제작했습니다. [그림=챗gpt ]

평소 화장실을 잘 사용하던 고양이가 어느 날부터 입구에서 주변만 살피거나 들어갔다가 금세 나오는 행동을 반복할 때가 있다. 이후 침대와 소파, 욕실 바닥처럼 엉뚱한 장소에서 대소변을 보면 보호자는 버릇이 나빠졌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고양이의 화장실 기피는 단순한 행동 문제가 아니라 화장실 환경에 대한 불편이나 스트레스에서 시작될 수 있다.

고양이는 배변 장소에 민감한 동물이다. 냄새가 강하게 남아 있거나 모래가 지나치게 더럽고, 화장실 크기가 몸에 비해 작으면 이용을 꺼릴 수 있다. 특히 몸을 돌리거나 모래를 파는 행동이 불편할 정도로 좁은 화장실은 고양이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덮개가 있는 화장실도 모든 고양이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이 가려져 안정감을 느끼는 고양이가 있는 반면 냄새가 내부에 머물고 출입구가 하나뿐인 구조를 불편해하는 경우도 있다. 여러 마리가 함께 생활하는 가정에서는 다른 고양이가 입구를 막고 있을 때 쉽게 빠져나갈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사용을 피하기도 한다.

모래를 갑자기 바꾸는 것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오랫동안 사용하던 고운 모래에서 향이 강하거나 입자가 큰 제품으로 한꺼번에 변경하면 발바닥에 닿는 감촉과 냄새가 달라져 거부감을 보일 수 있다. 새로운 모래로 교체해야 한다면 기존 제품에 조금씩 섞어 적응시키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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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위치도 중요하다. 세탁기와 건조기처럼 갑작스럽게 큰 소리가 나는 가전제품 옆이나 사람이 자주 오가는 복도 한가운데는 편안한 배변 장소가 되기 어렵다. 밥그릇과 물그릇 바로 옆에 화장실을 두는 것도 피하는 편이 좋다. 고양이가 조용하게 접근하면서 주변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 적절하다.

여러 마리를 키운다면 화장실 개수도 살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고양이 수보다 하나 더 많은 화장실을 서로 다른 위치에 배치하는 방식이 권장된다. 화장실이 여러 개 있어도 모두 한곳에 붙여놓으면 고양이 입장에서는 사실상 하나의 배변 공간처럼 느껴질 수 있다.

청결을 유지하겠다고 향이 강한 방향제나 세정제를 사용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사람에게 좋은 향이라도 후각이 예민한 고양이에게는 불편한 자극이 될 수 있다. 배설물은 매일 치우고 화장실 전체를 세척할 때는 강한 향이 남지 않도록 충분히 헹구는 것이 좋다.

배변 실수를 했다고 고양이를 혼내서는 안 된다. 소리를 지르거나 배설물이 있는 장소로 데려가 꾸짖으면 배변 자체와 보호자를 불안한 대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실수한 장소는 냄새가 남지 않도록 깨끗하게 관리하고, 고양이가 어떤 환경에서 편안하게 화장실을 이용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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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갑작스러운 화장실 기피를 환경 문제로만 판단해서도 안 된다. 소변을 볼 때 통증이 있거나 변비와 관절통이 있는 고양이는 화장실에서 경험한 불편을 장소 자체와 연결해 피할 수 있다. 노령묘는 화장실 벽이 높아 들어가는 동작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화장실을 반복해서 드나들면서 소변이 거의 나오지 않거나 피가 섞이고, 힘을 주면서 울거나 생식기 주변을 계속 핥는다면 행동 교정보다 진료가 먼저다. 특히 수컷 고양이가 소변을 전혀 보지 못하는 상태는 요도폐색과 같은 응급상황일 수 있다.

고양이의 배변 실수는 보호자에게 보내는 반항이 아니다. 화장실 크기와 모래, 위치, 청결 상태부터 다른 고양이와의 관계, 신체적인 통증까지 여러 요인이 숨어 있을 수 있다. 평소 잘 사용하던 화장실을 갑자기 피하기 시작했다면 행동을 혼내기보다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찾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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