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오랜 세월 암을 제거하거나 파괴하는 데 집중해 왔다.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면역항암제까지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됐지만, 여전히 치명적인 암 앞에서 한계를 경험한다. 최근 인도 뭄바이의 암치료·연구기관 ACTREC의 인드라닐 미트라 교수 연구팀이 이 전통적 관점과는 다른 접근법을 제시해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암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암이 치유 상태로 스스로 전환되도록 유도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개념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이미 일부 연구자들은 암이 ‘치유되지 않는 상처’처럼 행동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만성 상처와 암은 성장 신호, 염증, 혈관 생성 등에서 유사한 생물학적 특징을 보인다. 미트라 교수팀은 이러한 특성에 기반해, 종양을 무조건적으로 파괴하는 대신 치유가 가능하도록 환경을 전환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최근 국제학술지 BJC Reports에 발표된 연구는 이러한 가설을 뇌종양 중에서도 가장 예후가 나쁜 교모세포종 환자에게 적용한 결과를 담고 있다. 연구팀은 총 10명의 환자에게 레스베라트롤과 구리 성분을 소량 배합한 영양조성물을 하루 4회, 평균 11.6일간 복용하도록 했다. 이후 수술 과정에서 종양 조직을 채취해 동일 조건의 대조군 10명과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흥미로웠다. 먼저 종양의 증식 속도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인 Ki-67 단백질이 투여군에서 약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세포의 공격성에 관여하는 주요 생물학적 특징들 역시 절반 이상 줄어들었고, 특히 면역계가 암을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면역관문 단백질의 발현이 평균 40%가량 낮아졌다. 종양의 재발과 확산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암 줄기세포 관련 표지자도 50% 이상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가 조직 내에서 ‘세포유리 크로마틴 조각(cfcChPs)’이 거의 사라진 데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