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환자가 치료 계획을 따르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약 복용을 잊거나 효과를 의심해서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자율성 갈등, 사회적 정체성, 심리적 저항 같은 복잡한 요인이 얽혀 있다. 영국 킹스턴대학교와 헬스케어 기업 옵저비아(Observia) 연구진은 이러한 ‘치료 불순응(nonadherence)’의 근본 원인을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도구 ‘SPUR 6/24’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실렸다.
SPUR 6/24는 환자의 행동 요인을 사회(Social), 심리(Psychological), 사용(Usage), 합리(Rational) 네 축으로 구분해 13가지 지표로 평가한다. 이번 연구는 제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 COPD 등 만성질환 환자 1,800명을 대상으로 4년간 3개국에서 진행됐다. 연구팀은 구조방정식 모델을 이용해 각 요인 간 인과관계를 시각화했으며, ‘겉으로 드러난 이유’와 ‘심층적 동기’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환자들은 “약을 깜빡했다”, “효과가 없는 것 같다”, “비용이 부담된다”와 같은 합리적 이유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의사의 지시를 따르기 싫은 내면적 저항’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인식’이 행동을 좌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킹스턴대 조시 웰스 박사는 “SPUR는 단순 예측 도구를 넘어 환자의 행동 동기를 설명하는 진단 모델”이라며 “많은 환자가 무의식적으로 의학적 조언을 거부하면서 이를 합리화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