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으로 머리 크기와 뇌 용적이 작게 형성되는 희귀질환 ‘소두증(microcephaly)’의 새로운 유전적 원인이 밝혀졌다. 독일 루르보훔대학교(Ruhr University Bochum) 인체유전학과의 트란 투옥(Tran Tuoc) 박사 연구팀이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EXOSC10’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소두증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임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 발달 장애의 유전적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 논문은 신경과학 저널 《브레인(Brain)》에 게재됐다.
소두증은 뇌의 외피인 대뇌 피질(cerebral cortex)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머리 둘레와 뇌 크기가 정상보다 작게 나타나는 선천성 기형이다. 지적 장애, 운동 능력 저하, 언어 발달 지연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 규명이 어려운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트란 박사 연구팀은 유전체 분석과 생쥐 모델 실험을 통해 소두증 환자에서 ‘EXOSC10’이라는 유전자에 새롭게 생긴 변이(de novo mutation)를 발견했다. 이 유전자는 RNA 분해 복합체(exosome)의 중심 구성 요소로, 뇌 발달 과정에서 세포 내 불필요한 RNA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EXOSC10의 기능이 손상되면 신경줄기세포(neural stem cells)가 정상적으로 유지되지 못하고 조기에 뉴런으로 분화돼 버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결과 줄기세포의 수가 줄어들어 대뇌 피질의 성장에 필요한 세포 공급이 부족해지고, 결국 뇌의 크기가 작아지는 소두증이 나타났다. 연구의 제1저자인 폴린 울름케(Pauline Ulmke) 박사는 “유전자 결손으로 신경줄기세포가 너무 빨리 소모되면서 뇌가 충분히 성장할 수 없었다”며 “이는 환자들이 보이는 임상적 특징과 동일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연구진은 RNA 시퀀싱(RNA sequencing)과 면역침전 분석을 통해 EXOSC10이 ‘소닉 헤지호그(Sonic Hedgehog, Shh)’ 신호 경로를 조절하는 주요 RNA를 분해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Shh 경로는 뇌 발달과 세포 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호 체계로, EXOSC10의 기능이 저하되면 이 경로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비정상적인 신경세포 분화가 유도된다는 것이다. 특히 연구팀은 EXOSC10이 Scube1, Scube3 등 Shh 관련 유전자의 전사체를 제거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이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뇌 발달에 심각한 이상이 생긴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