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에 걸쳐 16종의 독사에게서 추출한 독을 스스로에게 주사해온 한 남성의 실험이, 결국 과학적 성과로 이어졌다. 미국의 연구팀은 팀 프리드(Tim Friede)의 혈액에서 추출한 항체를 기반으로, 광범위한 엘라피드 계열 독사를 무력화할 수 있는 3종 혼합 항독소(cocktail antivenom)를 개발해 동물실험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5월 2일자 『Cell』에 게재되었다.
이번 항독소는 프리드의 혈액에서 얻은 두 종류의 단클론 항체와, 이미 알려진 인지질분해효소 A2(PLA2) 억제제인 바레스플라딥(varespladib)으로 구성된다. 프리드는 수십 년간 자신의 면역계를 다양한 뱀독에 노출시키며 체내에서 고도로 정제된 항체를 생성해왔고, 연구진은 그 중 일부가 독성 중추인 신경독(long/short-chain neurotoxins)에 대해 매우 강력한 중화력을 지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험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인명 피해를 초래하는 주요 엘라피드계 뱀 19종의 독을 대상으로 항독소의 효능을 검증했다. 그 결과, 13종에 대해 실험쥐가 완전 생존했으며, 6종에 대해서는 사망이 지연되었다. 다만, 호주의 '데스애더(Death Adder)'와 같은 일부 종에서는 생존율이 높지 않았으며, 이는 프리드가 주로 미국 내 사육종 위주로 독을 주사해 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연구는 독사 중화에 있어 단일 항체가 아닌, 여러 독소 타깃을 겨냥한 혼합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콜럼비아대학 분자생물학자 피터 콴 박사는 “제한된 항체 조합만으로도 광범위한 독 인식이 가능하다는 '증거 수준'을 확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동 저자이자 센티백스(Centivax) CEO인 제이콥 글랜빌 박사는 “자연 면역계의 진화 능력을 활용한 사례로, 인류의 항독소 전략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