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약을 넣고 난 뒤 몇 초 지나지 않아 입안 가득 쓴맛이 번진 적 있으신가요? 그 쓴맛과 함께 머리가 핑 도는 듯한 느낌까지 겪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안약을 넣으면 입에서 쓴맛이 나고 머리가 띵해요 라는 증상은 대부분 눈 표면에 머물러야 할 약 성분 일부가 코와 목 쪽 점막으로 흘러들어가면서 나타나는 비교적 흔한 반응입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인공눈물이나 녹내장 치료제를 점안해야 하는 분이라면, 이 반응이 왜 생기는지와 어떤 경우에 그대로 두어도 되고 어떤 경우에 진료가 필요한지 구분해두는 것이 유용합니다.
환절기 건조함이 안약 사용 빈도를 끌어올립니다
가을과 겨울처럼 공기가 건조해지는 시기, 또는 냉방과 난방이 번갈아 도는 실내 환경에서는 눈이 평소보다 쉽게 뻑뻑해집니다. 그러다 보니 인공눈물이나 처방 안약을 점안하는 횟수 자체가 늘어나는데, 점안 횟수가 늘수록 코눈물관으로 흘러들어가는 약물의 총량도 함께 늘어납니다.
특히 건조한 날에는 한 번에 두세 방울씩 연속으로 넣는 경우가 많은데, 눈 표면이 한 번에 머금을 수 있는 양은 많지 않아 나머지는 그대로 코 쪽으로 흘러나가게 됩니다. 한 번에 한 방울 이상 넣는다고 흡수되는 약의 양이 더 늘지는 않습니다.
눈에만 작용한다는 생각과 실제 흡수 경로의 차이
안약은 눈에만 머물다 눈물과 함께 증발한다고 여기기 쉽지만, 실제로는 점안된 약물의 상당 부분이 눈물점과 코눈물관을 통해 코안쪽 점막으로 빠르게 이동합니다.
코 점막은 혈관이 매우 촘촘하게 분포돼 있어 약물이 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혈류로 흡수됩니다. 이 때문에 같은 성분이라도 먹는 약보다 전신에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녹내장 치료에 쓰이는 베타차단제 계열 안약에서 쓴맛과 함께 어지럼, 맥박이 느려지는 듯한 느낌이 비교적 자주 보고됩니다.
쓴맛이 강할수록 약효도 세다는 짐작은 다릅니다
쓴맛의 세기는 코눈물관으로 흘러간 약물의 양이나 점안 직후 자세와 관련이 있을 뿐, 약이 눈 안에서 내는 효과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쓴맛이 약하게 느껴진다고 해서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쓴맛이 강하다고 해서 안압이 더 잘 조절되는 것도 아닙니다.
보존제가 들어간 인공눈물을 하루 여섯 번 넘게 쓰는 경우에도 비슷한 쓴맛이 느껴질 수 있는데, 이때는 치료 성분이 아니라 보존제 자체가 점막을 자극해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가볍게 지나가는 쓴맛과 진료가 필요한 어지럼 구분
증상이 전부 같은 수준은 아니므로 아래처럼 나눠보면 대응이 한결 분명해집니다.
특히 맥박이 느려지는 느낌과 숨 가쁨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는 사용을 멈추고 진료를 받아야 하는 신호입니다.
점안 직후 1~2분이 흡수량을 가르는 시간입니다
흡수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점안 직후 짧은 시간 동안의 행동만 바꿔도 코로 넘어가는 양을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 점안 전 손을 씻고 고개를 뒤로 젖힌 뒤 한 방울만 정확히 떨어뜨립니다.
- 점안 직후 눈을 감고 눈 안쪽 모서리의 눈물점을 손가락으로 1~2분간 가볍게 눌러줍니다.
- 그 상태로 고개를 든 채 1분 정도 더 기다린 뒤 눈을 뜹니다.
- 두 가지 이상의 안약을 함께 쓸 때는 각각의 점안 사이에 5분 이상 간격을 둡니다.
이 중 눈물점을 1~2분간 눌러주는 동작이 흡수량을 줄이는 데 가장 크게 영향을 줍니다. 다만 눈물점을 눌러도 흡수를 100퍼센트 막지는 못하므로, 같은 증상이 매번 비슷하게 반복된다면 방법만 바꾸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대응과 진료가 필요한 시점
코끝이 찡하고 쓴맛만 짧게 도는 정도라면 점안 자세와 누르는 시간부터 다시 확인하는 쪽이 맞고, 어지럼이나 가슴 두근거림까지 함께 반복된다면 복용 중인 안약의 성분 계열을 바꿀 수 있는지 진료에서 확인하는 쪽이 맞습니다.
실제로 녹내장처럼 오래 점안해야 하는 치료에서는 이런 불편감 때문에 스스로 사용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국내 건강보험 자료로 녹내장 치료를 새로 시작한 환자들을 2년간 살펴본 조사에서, 약을 꾸준히 이어간 환자는 전체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고 복약 기간도 전체 치료 기간의 절반가량에 그쳤습니다.[1]
불편한 증상이 있다고 느껴질 때 상담 없이 사용을 줄이기보다, 어떤 성분 때문인지 확인하고 대체할 수 있는 약이 있는지 먼저 물어보는 쪽이 치료 효과를 지키는 데 더 유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