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정자동의 한 주민센터 민원창구 대기석에서 번호표를 들고 앉아 있던 60대 남성이 직원의 호출 순서를 두 차례나 놓쳐 뒤늦게 창구로 향했습니다. 본인은 그저 멍하니 있었다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특정 주파수대의 소리부터 조금씩 들리지 않게 되는 난청의 초기 신호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되묻는 일이 잦아질 때, 대화와 안전에 쌓이는 부담
난청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소리가 끊기는 경우보다, 특정 음역대부터 조금씩 흐려지며 진행되는 경우가 더 흔합니다. 그래서 당사자조차 변화를 바로 알아차리지 못한 채 대화 중 되묻는 횟수만 서서히 늘어나는 시기를 지나게 됩니다.
이 시기가 길어지면 상대의 말을 놓치지 않으려 신경을 곤두세우는 데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고, 쌓인 피로가 모임이나 통화 자체를 피하는 쪽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경보음이나 차량 접근음처럼 안전과 직결된 소리를 놓치는 위험도 함께 커진다는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고막, 달팽이관, 청신경 — 어디서 신호가 끊기는가
소리는 고막과 이소골을 거쳐 전기 신호로 바뀐 뒤 달팽이관의 청각 신경세포를 통해 청신경과 뇌로 전달됩니다. 이 경로 중 고막이나 이소골처럼 소리를 전달하는 구조에 문제가 생기면 전음성 난청으로 분류되고, 달팽이관이나 청신경처럼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꾸고 전달하는 부분이 손상되면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구분됩니다.
나이가 들며 생기는 난청은 달팽이관의 청각 신경세포 수가 줄고 뇌에서 소리를 처리하는 속도까지 느려지면서, 높은 음부터 서서히 놓치기 시작한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장시간 큰 소리에 노출돼 달팽이관의 유모세포가 손상되는 소음성 난청도 같은 감각신경성 난청에 속하며, 이 경우 한번 손상된 세포는 회복되지 않아 예방이 가장 중요합니다. 반면 갑자기 한쪽 귀가 안 들리는 돌발성 난청은 원인을 바로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별도로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초성과 모음, 어떤 소리부터 흐려지는가
말소리를 구별하는 데는 'ㅅ, ㅊ, ㅍ'처럼 바람이 섞인 자음이 큰 역할을 하는데, 이 자음들은 대부분 높은 주파수 대역에 실려 있습니다. 난청이 고음부터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소리 자체는 들리는데 정확히 무슨 말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상태로 느껴지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초기에는 식당이나 카페처럼 소음이 섞인 곳에서만 대화가 힘들다가, 진행되면서 조용한 공간에서도 대화를 따라가기 어려워지고 이명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 전화 통화에서 상대방이 같은 말을 반복해서 설명해 준 적이 늘었습니다
- 여러 명이 동시에 말하는 자리에서 대화 내용을 놓치는 일이 잦습니다
- 'ㅅ, ㅊ, ㅍ'처럼 바람 소리가 섞인 발음을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 식당이나 카페처럼 소음이 있는 곳에서 유독 대화가 힘듭니다
- 한쪽 귀로 전화를 받을 때와 반대쪽 귀로 받을 때 들리는 정도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 귀에서 '삐-' 하는 소리가 간간이 들립니다
순음청력검사와 어음청력검사, 수치는 이렇게 읽습니다
순음청력검사는 방음부스 안에서 헤드폰을 착용한 채, 250Hz부터 8000Hz까지 주파수별로 다른 높이의 '삐-' 소리를 들려주고 들리는 순간 버튼을 누르게 해 각 주파수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의 크기(dB HL)를 측정하는 검사입니다. 귀 뒤쪽에 진동기를 대고 측정하는 골전도 검사를 함께 진행하면, 기도청력과 골도청력의 차이를 통해 전음성 난청과 감각신경성 난청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측정된 여러 주파수의 평균 역치는 아래와 같은 기준으로 단계가 나뉘며, 이 단계에 따라 보청기가 필요한 시점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도가 달라집니다.
다만 순음청력검사 수치만으로 실제 대화 이해도를 전부 설명할 수는 없어, 어음청력검사로 편안한 크기의 단어를 들려준 뒤 몇 퍼센트를 정확히 따라 말하는지(어음명료도)를 함께 확인합니다. 순음 역치는 양호한데 어음명료도가 낮게 나온다면, 단순히 소리 크기를 키우는 보청기만으로는 대화 이해에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고막운동성계측(임피던스 검사)은 고막에 압력을 가해 움직임과 중이 내부 압력을 그래프로 기록하는 검사로, 중이염으로 인한 삼출액이나 고막 천공처럼 전음성 난청의 원인을 가려내는 데 활용됩니다.
검사로 고막이나 이소골 문제에 따른 전음성 난청이 확인되면 약물치료나 수술로 청력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달팽이관 손상에 따른 감각신경성 난청이면서 중등도 수준이라면 보청기로 일상 대화가 충분히 가능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고도 이상으로 진행돼 보청기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면 인공와우 수술을 검토하게 됩니다.
다만 보청기를 착용한다고 모든 변화가 함께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해외 대규모 추적 연구에서는 보청기 중재가 전체 참가자의 3년 인지 변화에는 뚜렷한 차이를 주지 않았고, 심혈관 질환 위험이 있던 일부 집단에서만 인지 저하 속도가 줄어드는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따라서 보청기는 청력을 보완하는 역할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으며, 인지 기능까지 함께 개선해 주는 장치로 기대하기는 이릅니다. 또한 순음청력검사 자체도 환자의 집중도에 영향을 받는 주관적 검사여서, 같은 사람이라도 피곤한 상태에서 측정하면 실제보다 역치가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검사가 끝나면 청력도 그래프와 어음명료도 수치를 함께 놓고 의료진과 결과를 확인하며, 그 수치를 기준으로 다음 검사나 보청기 상담 시기를 정하게 됩니다.

갑자기 안 들린다면, 며칠을 넘기면 안 되는 이유
한쪽 귀가 갑자기 잘 안 들리고 이명이나 어지럼증까지 동반된다면 돌발성 난청을 의심해야 합니다. 이는 서서히 진행되는 다른 난청과 달리 치료 시작 시점이 회복 정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응급 질환으로 다뤄집니다.
돌발성 난청은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져야 하지만, 달팽이관 구조가 복잡해 바이러스 감염인지 혈류 장애인지 가려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가 표준 치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초기에 치료를 시작할수록 회복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증상을 느낀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정자동 지역에서 난청 관련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분당성모이비인후과의원(이비인후과)이 있습니다. 위치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일로 100, 미켈란쉐르빌상가 2층 206·207호(수인분당·신분당선 정자역)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