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여행 가기 직전에 렌즈 하나를 좀 무리해서 샀어요. 원래는 바디 번들로도 그냥저냥 찍고 다녔는데, 야경만 찍으면 늘 아쉬웠거든요. 그때도 카드값 보고 정신 차리자 싶다가, 결국 질렀습니다. 사고 나서 박스 열 때는 좋았는데 집 와서 결제 내역 다시 보니까 손이 덜덜 ㅋㅋ 내가 이걸 왜 샀지 싶더라고요.

첫 출사는 부산이었어요. 해 지고 광안리 쪽 걸으면서 찍는데, 그전이랑 결과물이 너무 다르게 나왔습니다. 밝기 얘기나 선예도 이런 거 길게 할 건 없고, 그냥 제가 눈으로 본 분위기가 좀 더 비슷하게 남는 느낌이었어요. 예전엔 찍고 나면 "현장은 좋았는데 사진은 별로네" 이랬거든요. 그날은 숙소 들어가서 파일 옮기는데 혼자 계속 보고 있었네요.

그 뒤로 여행 갈 때마다 꼭 챙겼어요. 제주에서도 그렇고, 일본 갔을 때 골목길 간판 불빛 같은 것도 이 렌즈로 많이 찍었습니다. 이상한 게 비싼 장비 하나 들이고 나니까 오히려 사진을 대충 안 찍게 되더라고요. 한 장 찍어도 좀 더 서서 보고, 위치도 바꿔 보고. 장비값 아까워서라도 더 쓰게 된 건지 뭔지 모르겠는데 결과적으로는 그게 제일 컸습니다.

솔직히 사용 빈도 생각하면 가성비 좋다고는 못 하겠어요. 안 들고 나간 날도 많고, 무겁기도 했고요. 근데 후회는 없어요. 여행 끝나고 사진 다시 볼 때 그때 공기까지 같이 떠오르는 날이 있거든요. 저는 그런 거 하나 남기려고 돈 쓴 거라서요. 한동안은 카드값 때문에 점심 덜 사 먹었습니다 ㅠㅠ 그래도 다시 돌아가도 같은 걸 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