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끝까지 본 작품보다 보다가 멈춘 작품이 더 오래 생각날 때가 있더라. 원래 집에서 LP 틀어놓고 이것저것 보는 거 좋아해서, 영화든 무대 영상이든 한번 시작하면 웬만하면 끝까지 가는 편인데도 꼭 중간에 멈추게 되는 게 있음. 재미가 없어서 끈 것도 있고, 너무 좋아서 아까워서 멈춘 것도 있고, 이상하게 그날 내 컨디션이랑 안 맞아서 못 본 것도 있고. 근데 신기한 건 끝낸 작품은 감상이 딱 정리되는데, 멈춘 작품은 자꾸 마음 한쪽에 남아 있음.

최근에도 밤에 인디 라이브 영상 보다가 딱 그랬음. 카메라 워크도 거칠고 음향도 완벽하진 않았는데, 첫 곡 들어가자마자 공기감이 너무 좋아서 오히려 중간에 꺼버렸음. 뭔가 더 보면 그 순간의 감정이 닳을 것 같더라. LP도 그렇잖아. 어떤 판은 A면 첫 곡만 들어도 그날 기분이 다 정리돼서 굳이 끝까지 안 넘기게 되는 날 있음. 나만 이런가? 끝까지 소비해야 본 거라는 느낌보다, 멈춘 지점까지가 그날의 완성 같을 때가 있음.

반대로 아이돌 관련 콘텐츠는 또 다르게 멈춘 적이 많았음. 무대 자체는 너무 좋은데, 예전 생각이나 그 시절 내 기분이 같이 올라와서 괜히 손이 안 가는 거. 특히 응원하던 팀 옛날 콘서트 영상 같은 건 틀었다가 한두 곡 보고 끄게 되더라. 싫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반대임. 너무 선명하게 돌아와서 좀 벅찬 느낌? 그럴 때는 그냥 턴테이블에 잔잔한 포크나 드림팝 한 장 올려놓고 마음 식히는 쪽으로 감. 그래서 보다 멈춘 작품은 미완성이라기보다, 내 상태랑 같이 봉인된 기록 같기도 함.

여기 갤 사람들은 이런 작품 있음? 재미없어서 하차한 거 말고, 이상하게 계속 생각나는데 아직 끝을 못 본 거. 음악이든 다큐든 공연 실황이든. 가끔은 완주보다 중간에 멈춘 기억이 더 진하게 남는 것 같아서 좀 웃김. 괜히 나중에 다시 이어보면 그때 멈춘 이유까지 같이 들릴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