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끝나고 이제 좀 살겠다 싶어서 밀린 드라마랑 영화 몰아봤는데, 진짜 요즘 작품들 왜 이렇게 사람 멘탈을 정교하게 두들기냐. 원래 저는 게임도 스토리 스킵 안 하는 편이라 서사에 한번 걸리면 끝까지 가는 타입인데, 이번엔 드라마 한 편 보고 “아 이건 가볍게 틀었다가 큰일 났다” 이 느낌 제대로 왔음. 초반엔 별 생각 없이 보다가 중반부터 캐릭터들 선택 하나하나가 너무 현실적이라 괜히 내 일도 아닌데 혼자 “야 그러지 마라 제발” 이러고 있었음. 거의 시청자가 아니라 방청객 된 수준.

특히 요즘 느끼는 건, 억지 신파보다 담백하게 툭 던지는 장면이 더 세더라. 막 대사 엄청 거창하지 않은데 표정이나 정적 같은 걸로 훅 들어오는 거. 영화도 하나 봤는데 보고 나서 “와 명작” 이라기보다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멍하게 폰도 못 잡고 있었음. 이게 진짜 잘 만든 거 아닌가 싶더라. 뇌는 가만히 있는데 가슴만 혼자 과몰입해서 랙 걸린 느낌. 한마디로 감성 DDOS 당함.

근데 또 웃긴 건, 그렇게 먹먹해놓고 중간중간 웃긴 포인트는 기가 막히게 살아있음. 진지하다가 갑자기 현실 드립 하나 툭 나오면 그게 더 사람 미치게 함. “아 감독 이 사람 사람 심리 잘 아네” 싶었음. 괜히 요즘 밈 짤 찾게 되는 게 아니라니까. 분명 슬픈 장면인데 내 머릿속에선 “그는 좋은 사람이었어...” 같은 짤 자동 재생됨. 감상에 집중하려고 해도 인터넷이 뇌에 너무 많이 깔려 있음.

아무튼 요즘 본 것들 공통점은, 보고 나면 바로 다른 거 틀기보다 좀 여운 씹게 만든다는 거였음. 예전엔 그냥 킬링타임용이면 됐는데, 요즘은 보고 나서 생각 남는 작품이 더 좋더라. 혹시 최근에 본 드라마나 영화 중에 “이건 진짜 후기 남기게 된다” 싶은 거 있으면 추천 좀. 너무 무거운 거만 연속으로 보면 멘탈 HP 빠져서, 적당히 웃기면서도 여운 남는 쪽이면 더 좋음. 짤갤 형님들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