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할 때는 진짜 이 사람이랑 있으면 뭐든 다 괜찮을 줄 알았어요. 성격 좀 달라도 맞춰가면 되고, 싸워도 금방 풀리고, 사랑하면 다 되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결혼은 연애의 연장선이라기보다 생활 그 자체네요. 특히 애 낳고 나니까 더 뼈저리게 느껴져요. 지금 신생아 키우는 초보맘인데 하루가 그냥 수유, 트림, 기저귀, 잠투정으로 끝나고 저는 늘 머리는 떡지고 잠은 부족하고 예민은 끝판왕이에요. 이런 상태에서 남편이랑 대화하다 보면 연애 때는 웃고 넘길 일이 왜 이렇게 서운한지 모르겠어요.

요즘 제일 많이 드는 생각은 결혼은 사랑도 중요하지만 생활 감각이랑 배려가 훨씬 중요하다는 거예요. 연애할 때는 잘 보이려고 다들 노력하잖아요. 말도 예쁘게 하고 데이트할 때는 서로 컨디션 좋은 모습만 주로 보게 되고요. 근데 결혼하면 피곤한 모습, 짜증나는 모습, 책임감 없는 순간까지 다 보이니까 결국 사람의 본바탕이 보여요. 애 울고 있는데 옆에서 멀뚱멀뚱 있거나, 제가 말 안 하면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모습 보면 진짜 숨이 턱 막혀요. 물론 남편도 회사 다니느라 힘든 거 아는데, 저도 집에서 노는 거 아니잖아요. 오히려 24시간 근무 느낌인데 그게 잘 안 보이는 것 같아요.

그래도 또 웃긴 게 이런 와중에도 남편이 새벽에 한 번 안아주고 재워주거나, 제가 너무 지쳐 보이면 말없이 커피 하나 타다 주는 날에는 괜히 마음이 풀려요. 그래서 더 헷갈리는 것 같아요. 결혼은 실망의 연속인데 또 사소한 다정함으로 버티게 되는 관계 같달까. 연애 때 설레는 감정이 중심이었다면 결혼은 결국 같이 버텨주는 사람이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요즘 romantic한 말보다 “내가 애 볼게, 한 시간만 자” 이 한마디가 제일 감동이에요.

혹시 저처럼 애 낳고 나서 남편이랑 관계가 좀 달라졌다고 느끼신 분들 있나요? 제가 너무 예민한 건지, 다들 이런 시기를 지나가는 건지 궁금해요. 연애랑 결혼은 다르다는 말 진짜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현실적으로 다를 줄은 몰랐네요. 그래도 이 시기 지나면 좀 나아질 수 있어요 같은 얘기 들으면 힘이 될 것 같아요. 요즘 너무 정신없어서 그냥 하소연해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