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할 때는 좋아하면 웬만한 건 다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연락 템포 좀 안 맞아도, 생활 습관 조금 달라도 만나서 웃고 안으면 풀리는 게 있었거든요. 근데 결혼하고 같이 살기 시작하니까 좋아하는 마음이 기본값인 건 맞는데, 그걸 굴리는 방식이 완전 다르더라고요. 누가 더 착하냐보다 누가 더 피곤한 상태냐, 지금 말해도 되냐, 밥은 누가 할 거냐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진짜 매일 생겨요. 신혼이면 맨날 달달할 줄 알았는데, 저는 오히려 서로의 민낯을 아주 생활형으로 보는 시기 같아요.
솔직히 전 결혼하면 안정감이 확 올라오면서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는데, 편한 만큼 낯선 불안도 같이 오더라고요. 이제 이 사람은 “내 애인”이 아니라 같이 집을 굴리고 생활을 이어가는 “내 편”이 된 건데, 그 무게가 생각보다 커요. 그래서 작은 말투 하나에도 괜히 서운하고, 반대로 별거 아닌 배려 하나에 엄청 고맙고 그래요. 연애 때는 이벤트나 설렘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퇴근하고 들어왔을 때 서로 말 걸어주는 방식, 기분 안 좋을 때 괜히 눈치 보지 않게 해주는 분위기 같은 게 더 크게 남아요.
재밌는 건 싸움의 이유가 거창하지 않다는 거예요. 수건 어디 두는지, 씻고 바로 안 치우는지, 쉬고 싶은 타이밍이 다른지 이런 것들요. 예전엔 이런 걸 보면 “우리 안 맞나?” 쪽으로 생각했는데, 요즘은 “원래 다른 두 사람이 붙어 사니까 조율이 필요한 거구나” 쪽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물론 안 맞는 건 안 맞는 거고, 무조건 참는 게 답은 아닌데, 감정 올라온 순간에 결론부터 내리면 더 꼬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요즘 바로 말하기보다 조금 식히고, 내가 진짜 서운한 포인트가 뭔지 생각하고 말하려고 해요. 잘 되면 좋고, 안 돼도 적어도 서로를 공격하는 말은 덜 하게 되더라고요.
결혼이 연애의 완성이라고들 하지만, 저는 연애 끝판왕이라기보다 완전 다른 단계 시작 같아요. 더 편해졌는데 더 어렵고, 더 가까워졌는데 더 조심해야 하고요.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건, 좋아하는 감정만으로는 부족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겠다는 거예요. 다들 신혼 때 이런 생각 한 번씩 했는지 궁금하네요. 원래 이렇게 사소한 걸로 부딪히면서 맞춰가는 건지, 아니면 제가 너무 이상만 갖고 들어온 건지 다른 분들 얘기도 듣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