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아예 못 입는 편은 아닌데, 늘 비슷했거든요. 검은 티에 청바지, 아니면 후드 집업. 편한 게 제일이라 그렇게 살았는데 어느 날 거울 보는데 너무 늘 같은 사람 같은 거예요. 대전역 근처 편집샵 구경하다가 직원분이 셔츠는 넣어입으면 핏이 산다고 했던 말이 자꾸 남아서, 그날 이후로 한 달 정도는 진짜 꾸역꾸역 넣어입고 다녔어요. 처음엔 솔직히 너무 어색했음 ㅠㅠ 내가 갑자기 멀끔한 척하는 느낌이라
제일 먼저 바뀐 건 자세였어요. 셔츠 빼입을 땐 어깨 말리고 다녀도 티가 덜 났는데, 넣어입으니까 허리선이 보여서 그런지 구부정하면 바로 이상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괜히 허리 펴고 걷게 됨. 별거 아닌데 이게 좀 신기했어요. 옷 하나 바꿨을 뿐인데 몸 쓰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게. 카페 유리창에 비친 모습 볼 때도 전보다 덜 흐물흐물해 보여서 그건 좀 마음에 들었고요 ㅋㅋ
대신 불편한 건 확실했어요. 밥 먹고 나면 배 부분 괜히 신경 쓰이고,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셔츠 삐져나온 거 다시 정리해야 하고. 특히 지하철 의자에 오래 앉아 있다가 내리면 앞쪽이 울어서 진짜 없어 보일 때 있음. 그럴 때는 아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나 싶었는데, 이상하게 다시 빼입고 나가면 또 허전했어요. 그냥 편하기만 한 옷차림으로 돌아가면 다시 예전 얼굴로 돌아가는 기분? 좀 심하게 말하면 생활에 주름이 같이 생기는 느낌
주변 반응도 은근 있었어요. 대놓고 뭐라 하는 사람은 없는데, 오랜만에 본 친구가 오늘 무슨 일 있냐고 하더라구요. 웃기긴 한데 그 말이 계속 남았어요. 내가 대단히 차려입은 것도 아닌데, 넣어입기만 했다고 그런 소리를 듣는구나 싶어서. 결국 사람 인상이라는 게 엄청난 센스보다 작은 정리에서 갈리는 거 같았음. 바지 핏 맞추고 셔츠 길이만 덜렁하지 않게 고르면 생각보다 과하지도 않고요.
지금은 매일 넣어입진 않아요. 근데 기분이 바닥일 때는 오히려 그렇게 입어요. 괜히 레코드 돌리기 전에 먼지 한 번 닦는 것처럼, 하루를 대충 시작 안 하겠다는 신호 같아서. 한 달 내내 해보니까 멋있어지려고 했다기보다 흐트러진 나를 좀 덜 보기 싫어서 계속했던 거더라고요. 이런 건 해본 사람만 아는 쪽이 있는 듯... 괜히 셔츠 한 장 다시 보게 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