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압기 적응하던 초반에 잠이 너무 깨서 새벽 시간이 길었거든요. 누워 있다가 다시 일어나서 뭐라도 틀어놔야 덜 답답해서 드영배 글 뒤적이다가 나의 아저씨 추천글을 봤는데, 그때는 또 너무 유명한 건 괜히 손이 안 가더라구요. 다들 좋다 좋다 하면 오히려 미루는 타입이라 ㅋㅋ 그러다 진짜 볼 거 없던 날 1화 켰음

근데 초반부터 막 빵빵 터지거나 친절하게 끌어당기는 스타일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원래 같으면 중간에 폰 봤을 텐데 이상하게 그 칙칙한 공기랑 사람들 표정이 계속 남더라구요. 특히 대사 몇 개가 되게 세게 박혔음. 억지로 감동 짜내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사는 사람들 냄새가 나서. 피곤한 상태로 봐서 더 그랬는지 그 조용한 분위기에 내가 빨려 들어감

보다가 제일 좋았던 건 인물들 착한 척 안 하는 거였어요. 다들 좀 찌질하고 답답하고, 말도 예쁘게 안 하고, 속도 좁고. 근데 그래서 더 진짜 같았음. 누가 울라고 밀어붙이는 장면보다, 가만히 밥 먹고 걷고 버티는 장면들이 더 오래 가더라구요. 새벽에 혼자 보고 있는데 괜히 내 얘기 아닌데도 찔리는 데가 있었음 ㅠㅠ

이 드라마 본 뒤로 취향이 좀 정리됐어요. 사건 크게 터지는 거보다 사람 사이 공기 이상한 거, 말 한마디 늦게 나오는 거, 그런 거 잘 살리는 작품에 훨씬 더 끌린다는 걸 알았음. 그래서 비슷한 결 찾는다고 이것저것 켜봤는데, 이거 보고 바로는 웬만한 작품이 좀 밍밍하게 느껴지더라구요. 후유증 꽤 갔음

암튼 아직도 안 본 사람 있으면 밤에 조용할 때 보는 거 추천. 졸릴 때 틀었다가 괜히 몇 화 연달아 감. 저는 진짜 유명작 뒤늦게 탄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건 좀 억울했어요. 왜 아무도 나를 강제로 앉혀놓고 보게 안 했냐 싶었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