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준비와 이동에 쓰던 시간이 사라지면 아침은 한결 여유로워진다. 그러나 집에서 일하는 날에는 의식하지 못한 채 몸을 움직이는 기회까지 줄어들 수 있다. 사무실로 걸어가고, 동료를 만나러 이동하고, 점심을 먹으러 나가던 일상이 책상 앞에서 대부분 해결되기 때문이다. 최근 공개된 연구는 재택근무자의 건강관리에서 운동 시간뿐 아니라 하루 전체의 움직임을 살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핀란드 투르쿠대학교는 지난 9월 11일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병행하는 근로자의 활동 패턴을 비교한 연구를 소개했다. 국제학술지 ‘행동영양 및 신체활동 저널’에 게재된 논문은 대학 직원 9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허벅지에 착용하는 활동 측정기를 일주일 동안 사용하게 하고, 같은 사람의 재택근무일과 사무실 근무일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재택근무일에는 사무실 근무일보다 깨어 있는 동안 앉거나 누워 지내는 시간이 약 44분 길었다. 반면 가벼운 신체활동은 37분, 중강도 이상의 신체활동은 21분 적었다. 침대에 머문 시간은 약 14분 늘었다. 다만 침대에 있었던 시간과 실제 수면 시간은 구분해야 하므로, 이 결과만으로 수면의 양이나 질이 개선됐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주목할 부분은 출퇴근이 단순한 이동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집과 정류장 사이를 걷거나 건물 안에서 이동하는 시간은 별도의 운동 계획 없이도 하루 활동량에 포함된다. 재택근무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사라져도 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어, 활동량 감소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이번 연구에서도 근무 장소가 집으로 바뀔 때 서 있거나 자전거를 타던 시간의 일부가 좌식 행동과 침대에 머무는 시간으로 옮겨가는 양상이 관찰됐다.
그렇다고 재택근무 자체가 질병을 일으킨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연구는 근무 환경에 따른 행동 차이를 분석했으며,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 발생 여부를 직접 확인한 연구가 아니다. 참가자도 특정 대학 직원들로 구성돼 모든 직장인에게 같은 수치를 적용하기 어렵다. 다만 출퇴근이 줄어든 자리에 어떤 활동을 넣을지 고민할 근거는 제공한다.
생활 속 대응은 거창한 운동 계획보다 업무 흐름을 살피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 오전 업무를 시작하기 전 집 주변을 걷거나, 점심을 먹은 뒤 잠시 밖으로 나가는 방식이다. 화상회의가 끝난 뒤 다음 업무로 넘어가기 전에 방 안을 걷고, 물을 마시러 직접 이동하는 것도 실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런 행동은 특정 질환의 예방 효과를 보장하는 처방이 아니라, 오래 앉아 있는 일상을 바꾸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다.
컴퓨터를 보며 쉬는 습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업무를 멈췄더라도 같은 의자에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면 몸의 활동 상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휴식 시간에 창밖을 보거나 잠시 걸어 다니는 등 화면과 자리에서 함께 벗어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서서 일할 수 있는 책상이 있더라도 자세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이동을 포함하는 편이 활동을 확보하기 쉽다.
세계보건기구는 성인에게 주당 150~300분의 중강도 유산소 신체활동과 주 2일 이상의 근력운동을 권고한다. 동시에 좌식 시간을 줄이고, 그 일부를 가벼운 활동으로 바꾸는 것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운동량이 부족한 사람은 처음부터 목표를 모두 채우려 하기보다 가능한 활동부터 시작해 시간과 강도를 늘리는 접근이 권장된다.
재택근무의 편리함을 유지하면서 건강을 챙기려면 사라진 이동 시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하루 일정을 짤 때 회의와 마감 사이에 걷는 시간도 함께 넣는 것이다. 운동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내는 노력과 더불어, 일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