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포 나이를 되돌려 젊음을 되찾는 이른바 회춘 연구가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세포 정체성은 유지한 채 노화로 쌓인 손상만 되돌리는 부분리프로그래밍 기술이 새로운 항노화 전략으로 떠오르면서 국내외 연구자들의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 연구이지만 노화 관련 질환 극복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부분리프로그래밍의 뿌리는 2006년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 연구팀이 확립한 유도만능줄기세포 기술이다. 당시 연구팀은 OCT4, SOX2, KLF4, c-MYC 등 네 가지 유전자를 이른바 야마나카 인자로 규정하고, 이를 성체세포에 주입하면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미분화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음을 보였다. 이 발견은 줄기세포 연구의 흐름을 바꾼 성과로 평가받는다.
다만 완전한 리프로그래밍은 세포가 원래 어떤 조직이었는지에 대한 정체성 정보까지 지워버려, 종양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연구자들은 야마나카 인자를 짧은 기간만, 혹은 낮은 강도로 처리해 세포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노화로 쌓인 후성유전학적 손상만 되돌리는 방식을 고안했다. 이를 부분리프로그래밍이라 부른다.
동물실험에서는 부분리프로그래밍을 적용한 시신경 세포나 근육, 피부 조직에서 노화 지표가 개선되는 사례가 보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 든 실험동물의 시력이나 근력이 일부 회복되는 결과가 확인되며 관련 연구자들의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이러한 결과는 아직 제한된 실험 조건에서 얻어진 것으로,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노화 동물모델을 활용한 리프로그래밍 실험 현장 [그림=메디닉스DB]
부분리프로그래밍의 효과를 가늠하는 지표로는 이른바 후성유전학적 시계가 자주 활용된다. 이는 DNA에 붙는 화학적 표지인 메틸화 패턴의 변화를 분석해 세포의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하는 방법이다. 실제 생년월일에 따른 나이와 별개로, 세포와 조직이 얼마나 노화됐는지를 가늠할 수 있어 항노화 연구의 핵심 도구로 쓰이고 있다.
이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노화 자체를 되돌릴 수 있다면 특정 질병 하나가 아니라 여러 퇴행성 질환을 동시에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근감소증이나 시력 저하, 피부 노화, 인지 기능 저하 등 나이가 들며 함께 나타나는 여러 문제를 세포 수준에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야마나카 인자 가운데 c-MYC는 대표적인 발암 유전자로 꼽히며, 리프로그래밍 정도를 정밀하게 조절하지 못하면 세포가 암세포로 변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효과와 위험 사이의 균형을 정교하게 맞추는 기술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까지 부분리프로그래밍 연구는 대부분 세포나 동물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아직 초기 수준에 그친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인체에 적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체 적용까지는 아직 초기 단계인 임상연구 [그림=메디닉스DB]
이런 가운데 국내외 여러 대학 연구소와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부분리프로그래밍 관련 기술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한 전달 방식과 정밀한 처리 시간 조절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상용화의 관건으로 꼽힌다.
국내 관련 학회에서도 이 분야 연구 동향을 주시하며 안전성 검증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섣불리 사람에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세포 회춘 시술이나 관련 제품을 홍보하는 광고에 현혹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 등 이미 효과가 확인된 생활습관을 꾸준히 지키는 것이 노화를 관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