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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 냄새로 암·파킨슨병 알아챈다, 전자코 센서 연구 확산

호흡·체취 속 휘발성 물질 분석해 질병 신호 포착, 기존 혈액·영상 검사 보완할 차세대 진단 기술로 주목

메디닉스 정유준기자|입력 |조회 0
AI세줄 요약
  • 전자코 센서로 질병 냄새 분석 연구 확산
  • 혈액·영상검사 대체 아닌 보조 도구로 주목
  • 냄새 변화만으로 자가진단 말고 진료 필요

AI 기술로 자동 요약한 내용입니다.

실험실에서 전자코 진단센서를 살펴보는 연구원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제작했습니다. [그림=메디닉스DB]

최근 몸에서 나는 냄새가 미묘하게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병원을 찾는 사람이 있다. 실제로 암이나 파킨슨병 같은 질환은 몸속 대사 과정이 바뀌면서 날숨이나 피부에서 나오는 화학물질 조성이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변화를 감지해 질병을 조기에 찾아내려는 전자코 진단센서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자코는 사람의 코가 냄새를 맡는 원리를 본떠 만든 장치다. 여러 개의 가스 센서가 배열돼 공기 중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종류와 농도를 동시에 측정하고, 여기서 나온 신호 패턴을 인공지능이 분석해 특정 질환과 연관된 냄새 지문을 찾아낸다. 사람의 후각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운 미세한 차이도 기계는 정량적으로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암이나 신경계 질환을 조기에 찾아내는 방법은 혈액 속 바이오마커를 검사하거나 CT, MRI, PET 같은 영상 장비로 몸속을 들여다보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이런 검사는 정확도가 높지만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일부는 방사선 노출이나 채혈 같은 침습적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전자코 센서는 날숨이나 체취를 채취하는 것만으로 검사가 가능해 부담이 훨씬 적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폐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 여러 암종에서 환자의 날숨에 포함된 휘발성 유기화합물 구성이 건강한 사람과 다르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와 다른 방식으로 물질대사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이 호흡이나 소변을 통해 배출되는데, 전자코 센서는 이 미세한 성분 차이를 학습해 암 여부를 가려내는 방식으로 연구되고 있다.

날숨을 채취해 전자코로 분석하는 검사 장면

날숨 속 화학성분을 채취해 분석하는 모습 [그림=메디닉스DB]

파킨슨병 연구는 다소 독특한 계기로 주목받았다. 후각이 예민한 한 환자 가족이 발병 훨씬 전부터 배우자에게서 특유의 냄새 변화를 느꼈다고 알려지면서, 학계에서는 피부의 피지 성분이 파킨슨병 진행과 함께 달라질 수 있다는 가설을 검증하기 시작했다. 이후 등이나 이마의 피지를 면봉으로 채취해 전자코로 분석하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연구기관과 대학 연구진도 반도체 기반 가스 센서와 인공지능 신호처리 기술을 결합해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센서의 민감도를 끌어올리고 측정 환경에 따른 오차를 줄이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한편, 여러 질환의 냄새 패턴을 동시에 구분할 수 있는 다중 센서 배열 연구도 함께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자코 진단센서의 가장 큰 장점은 비침습적이라는 점이다. 채혈이나 조직 검사 없이 숨을 불어넣거나 피부를 문지르는 정도로 검사가 끝나기 때문에 반복 측정이 쉽고, 장비가 소형화되면 동네 병의원이나 건강검진센터에서도 1차 선별검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는 정밀 진단을 대체하기보다 이상 소견이 있는 사람을 가려내 추가 검사로 연결하는 보조적 역할에 가깝다.

소형 가스 센서 배열이 장착된 전자코 회로 기판

여러 개의 가스 센서가 배열된 전자코 기판 [그림=메디닉스DB]

아직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사람마다 식습관, 흡연 여부, 복용 약물에 따라 체취 성분이 달라질 수 있어 판독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있고, 측정 장소의 온도와 습도 같은 환경 요인도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변수를 통제하면서도 충분히 많은 환자와 정상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 검증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자코 기술이 유망하지만 현재로서는 확진 검사가 아니라 선별 도구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관련 학회에서도 표준화된 측정 프로토콜과 검증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으며, 상용화까지는 추가 연구와 임상 검증 절차가 남아 있다는 신중한 입장이 대체적이다.

체취나 몸 냄새가 달라졌다고 해서 곧바로 암이나 파킨슨병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다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중 감소, 만성 기침, 손 떨림이나 걸음걸이 변화 같은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냄새 변화를 가볍게 넘기지 말고 가까운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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