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마다 혈당이나 체중 변화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개인차를 유전자와 생활습관 정보로 설명하고, 각자에게 맞는 식단을 제안하려는 '정밀영양' 연구가 최근 학계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획일적인 식사 지침 대신 개인별 맞춤 처방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흐름으로 꼽힌다.
정밀영양은 유전 정보, 장내미생물 구성, 혈액 대사 지표, 생활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개인에게 적합한 영양 섭취 방향을 제시하는 연구 분야를 말한다. 같은 영양소라도 사람마다 흡수되고 대사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획일적인 하루 권장량 대신 개인별 반응을 고려한 식단을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영양 권고는 대체로 성별과 연령대별 평균값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같은 기준을 따라도 어떤 사람은 체중 감량이나 혈당 조절에 효과를 보고, 다른 사람은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런 편차의 원인을 유전적 차이에서 찾으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특정 유전자 변이는 지방이나 탄수화물, 카페인 등을 대사하는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지방 분해와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은 고지방 식단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고, 카페인 대사가 느린 유전형은 커피 섭취 후 혈압 변화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돼 왔다.

유전자 변이가 영양소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그림=메디닉스DB]
최근에는 유전자 분석에 더해 장내미생물 구성과 혈중 대사체 정보를 함께 들여다보는 통합적 접근이 늘고 있다. 같은 유전형을 가졌더라도 장내미생물 조성이 다르면 특정 음식에 대한 혈당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가 나오면서, 유전 정보만으로는 개인차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해외 연구기관들은 수천 명 규모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식사 후 혈당, 혈중 지질 변화를 추적하는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런 연구는 같은 음식을 먹어도 참여자별로 반응이 크게 갈린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동시에, 그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생물학적 지표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학회와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유전자 기반 영양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과 식습관을 반영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으며, 서양인 중심으로 축적된 기존 연구 결과를 국내 상황에 맞게 검증하는 작업도 병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흐름을 타고 유전자 검사를 기반으로 식단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나 제품도 시중에 등장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상용화된 검사 대부분이 제한된 수의 유전자만 분석하는 수준이어서, 그 결과만으로 개인의 영양 상태나 식단 전체를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유전자 기반 식단 추천 서비스도 늘고 있어 [그림=메디닉스DB]
정밀영양 연구가 아직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유전자와 식단 반응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히려면 훨씬 더 많은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간 임상 검증이 필요하고, 인종과 지역에 따라 다른 유전적 배경을 반영한 데이터도 충분히 쌓여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비용 문제도 실제 현장 적용의 걸림돌로 꼽힌다. 유전자 분석과 장내미생물 검사, 대사체 분석을 모두 거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를 일반 진료나 공공 보건 정책에 폭넓게 적용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밀영양이 아직 연구 단계인 만큼, 유전자 검사 결과 하나만 보고 극단적으로 식단을 바꾸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금 시점에서는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기본으로 유지하면서, 필요하다면 영양 전문가나 의료진과 상담해 자신에게 맞는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