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잘 먹던 고양이가 최근 들어 사료 그릇을 유난히 자주 비우는데도 체중계 위 숫자는 자꾸 줄어든다면 반려인은 그저 활동량이 늘었나 싶어 넘기기 쉽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몇 주 이상 이어진다면 노령묘에게 흔한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신장질환으로 오인해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고양이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목 부위 갑상선에 생긴 양성 결절이 갑상선호르몬을 과도하게 분비하면서 몸의 신진대사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지는 질환이다. 주로 8세 이상 노령묘에서 발생하며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식욕이 눈에 띄게 늘었는데도 체중이 꾸준히 빠지는 것이다. 대사가 과도하게 항진되면서 섭취한 열량을 몸이 빠르게 소모해버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량이 늘거나 평소보다 부쩍 예민해지고 활동량이 많아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털이 푸석해지고 윤기가 사라지며 구토나 설사가 반복되는 것도 흔한 신호다.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과도한 갑상선호르몬이 심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가 겹쳐 나타난다면 단순 노화로 넘기지 말고 병원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갑상선 결절 여부는 목 부위 촉진으로도 확인 가능 [그림=메디닉스DB]
문제는 이 질환이 만성신장질환과 증상이 겹쳐 혼동되기 쉽다는 점이다. 신장질환도 체중 감소와 다음다뇨를 동반하지만 보통 식욕은 떨어지는 방향으로 나타난다. 반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식욕이 오히려 왕성해지는 경우가 많아 이 차이가 감별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더 까다로운 점은 노령묘에게 두 질환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신장으로 가는 혈류량을 늘려 신장 기능 저하를 가려버릴 수 있어 진단이 더 복잡해진다. 이 때문에 수의사는 혈액검사로 갑상선호르몬 수치와 신장 수치를 함께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진단은 대개 혈액 속 총 T4 수치를 측정하는 검사로 이뤄지며 수치가 애매한 경우 유리 T4 등 추가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관련 수의 전문 단체는 7~8세 이상 고양이라면 매년 정기검진 때 갑상선 기능을 함께 확인할 것을 권고한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관리가 수월해진다.
치료를 미루면 심장이 두꺼워지는 비대성 심근증이나 고혈압, 그로 인한 망막 손상 등 이차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혈압은 눈에 띄는 증상이 없어 방치되기 쉬운 만큼 정기적인 혈압 측정이 함께 권장된다. 합병증이 진행되면 치료가 더 어려워지므로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혈액검사로 갑상선호르몬 수치를 확인하는 과정 [그림=메디닉스DB]
치료 방법으로는 갑상선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 투여, 방사성 요오드 치료, 처방식을 통한 식이요법, 필요시 수술적 절제 등이 있으며 고양이의 나이와 건강 상태에 따라 수의사와 상의해 방법을 정하게 된다. 어떤 방법이든 정기적인 추적 검사로 호르몬 수치를 관리하는 과정이 뒤따른다.
가정에서는 체중을 주기적으로 재고 기록해두는 것이 변화를 가장 빨리 알아챌 수 있는 방법이다. 사료량은 그대로인데 살이 빠지거나 물그릇을 비우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면 메모해두었다가 진료 때 수의사에게 알리는 것이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체중 감소와 식욕 증가가 함께 나타나거나 평소와 다르게 예민해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느낌이 든다면 미루지 말고 동물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특히 7세 이상 고양이라면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연 1회 이상 갑상선과 신장 기능을 포함한 건강검진을 받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노년기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