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혹은 오래 서서 줄을 서 있다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고 식은땀이 흐르면서 픽 쓰러진 경험이 있다면 미주신경성 실신을 의심해볼 수 있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전체 실신 환자 중 가장 흔한 유형으로 꼽히며, 자율신경계의 일부인 미주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심박수와 혈압이 동시에 급격히 떨어져 뇌로 가는 혈류가 순간적으로 줄어들어 발생한다.
미주신경은 심장 박동과 혈관 수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특정 자극에 노출되면 이 신경이 과도하게 흥분해 심박수를 늦추고 혈관을 확장시킨다. 그 결과 혈압이 갑자기 낮아지면서 순간적으로 뇌에 산소와 영양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 의식을 잃거나 쓰러지는 증상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유발 요인으로는 오랜 시간 서 있는 자세, 무더운 환경, 강한 통증, 극심한 공포나 긴장, 채혈이나 주사처럼 날카로운 도구를 보는 상황 등이 꼽힌다. 특히 군대 훈련장이나 예식장처럼 부동자세로 오래 서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례가 자주 보고된다.
기침을 심하게 하거나 배뇨, 배변, 음식을 삼키는 동작 직후에 실신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상황성 실신이라 부르며 넓은 의미에서 미주신경성 실신에 포함된다. 이런 행위들이 순간적으로 흉강 내 압력을 높이거나 미주신경을 자극해 혈압 저하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시간 기립과 더위는 실신 유발 요인 중 하나 [그림=메디닉스DB]
수분이 부족하거나 오랜 시간 식사를 거른 상태, 과음, 수면 부족 등으로 몸의 컨디션이 떨어져 있을 때도 실신 위험이 높아진다. 체내 혈액량이 줄어든 상태에서는 작은 자극에도 혈압이 쉽게 떨어질 수 있어 평소보다 더 주의가 필요하다.
실신이 일어나기 전에는 어지럼증, 메스꺼움, 얼굴이 창백해지는 느낌, 식은땀, 시야가 좁아지거나 흐릿해지는 증상, 귀에서 소리가 울리는 듯한 느낌 등 전조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신호를 미리 알아채면 넘어지기 전에 안전한 자세를 취해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운동 중이나 누워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거나, 가슴 두근거림·흉통이 동반되거나, 가족 중 젊은 나이에 갑작스러운 심장 문제로 사망한 사례가 있다면 단순한 미주신경성 실신이 아니라 부정맥 등 심장 질환에 의한 실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진단을 위해서는 병력 청취와 함께 기립경사테이블검사를 시행해 자세 변화에 따른 혈압과 심박수 반응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 밖에도 심전도, 심장초음파 등을 통해 다른 원인을 함께 감별하는 과정을 거친다.

전조증상 느끼면 즉시 눕고 다리를 올리는 게 도움 [그림=메디닉스DB]
어지럼증이나 메스꺼움 같은 전조증상을 느꼈다면 즉시 그 자리에 앉거나 눕고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려 뇌로 가는 혈류를 확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리와 팔에 힘을 주어 근육을 조이는 동작도 혈압이 떨어지는 것을 늦추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충분한 수분과 적당한 염분을 섭취하고, 장시간 같은 자세로 서 있는 상황을 피하며, 앉았다가 일어날 때는 천천히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무더운 곳에서 오래 머물거나 공복 상태로 격렬한 활동을 하는 것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실신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거나 넘어지면서 다치는 일이 잦다면, 또는 위에서 언급한 심장 질환 의심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자가 판단에 그치지 말고 신경과나 순환기내과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받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