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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운동, 하루 1만 보보다 속도가 중요할 수 있다

영국 성인 6만4000여 명 추적 결과, 걸음 수가 적어도 보행 속도 높이면 사망 위험 감소와 연관

메디닉스 정다빈기자|입력 |조회 0
걷기 운동, 하루 1만 보보다 속도가 중요할 수 있다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제작했습니다. [그림=챗gpt ]

건강을 위해 매일 1만 보를 걸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걸음 수를 채우지 못했다고 운동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하루 총걸음 수뿐 아니라 얼마나 활기차게 걷는지도 건강과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스포츠의학저널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중년 이상 성인 6만4743명의 보행 자료와 사망 위험을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손목형 활동량 측정기를 일주일 동안 착용했으며, 연구진은 하루 걸음 수와 걷는 속도를 구분해 약 8년간의 건강 결과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하루 5000보 미만을 걷는 사람도 활동량이 가장 많은 30분 동안 분당 약 80보의 속도를 보이면 사망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하루 5000∼7500보를 분당 약 60보의 편안한 속도로 걷는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건강상 이점이 관찰됐다.

여기서 말하는 30분은 한 번에 이어서 걸어야 하는 시간이 아니다. 출근길이나 점심시간, 장보기, 이동 과정에서 비교적 빠르게 걸었던 시간을 합산한 개념이다. 따로 운동할 시간을 내기 어려운 사람도 일상 속 보행 속도를 의식적으로 높이면 활동 강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체적으로 사망 위험이 가장 낮게 관찰된 구간은 하루 7500∼1만 보를 걸으면서 분당 90∼100보 안팎의 빠른 속도를 유지한 집단이었다. 다만 이 결과를 근거로 모든 사람이 동일한 걸음 수와 속도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는 관찰연구이므로 빠르게 걸으면 수명이 반드시 늘어난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원래 건강 상태가 좋은 사람이 더 많이, 더 빠르게 걸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활동량을 측정한 기간이 일주일에 불과해 장기간의 생활습관 변화를 완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한계도 있다. 그럼에도 걸음 수와 보행 강도를 함께 살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운동 목표를 세우는 데 참고할 만하다.

빠르게 걷는 기준은 숫자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자신의 몸 상태를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평소보다 보폭과 속도를 조금 높여 호흡이 빨라지지만 짧은 대화는 가능한 정도가 일반적인 중강도 활동에 가깝다. 걷기 초보자는 평소 속도로 5분 정도 몸을 풀고, 1∼3분간 빠르게 걸은 뒤 다시 속도를 낮추는 방식을 반복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일상에서는 횡단보도 한 구간을 빠르게 걷거나 점심 식사 후 10분간 속도를 높이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가까운 거리는 자동차 대신 걸어서 이동하고, 엘리베이터에서 한두 층 먼저 내려 계단을 이용하는 것도 활동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처음부터 1만 보를 목표로 삼기보다 현재 걸음 수에서 하루 500∼1000보를 더하거나 짧은 구간의 속도를 높이는 편이 지속하기 쉽다.

다만 무릎과 발목 질환이 있거나 균형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은 속도를 갑자기 높이지 않아야 한다. 심혈관질환과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도 개인의 운동 능력에 맞춘 조절이 필요하다. 걷는 중 흉통과 심한 호흡곤란, 어지럼증, 식은땀이 나타난다면 즉시 멈추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성인에게 일주일에 최소 150분의 중강도 유산소 활동을 권고한다. 걷기는 이를 실천하는 가장 접근성 높은 방법 중 하나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숫자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맞는 걸음 수와 속도를 정해 꾸준히 움직이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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