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이 자동급수기 물을 잘 마시지 않거나 물그릇 안쪽에 미끈거리는 막이 만져진다면 단순히 물이 오래돼서가 아니라 필터와 펌프 주변에 물때와 세균이 쌓였기 때문일 수 있다. 자동급수기는 물을 순환시켜 신선함을 유지해주는 장치로 알려져 있지만 필터 교체 시기를 놓치면 오히려 세균 번식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급수기는 정수 필터와 소형 펌프가 물을 지속적으로 순환시키는 구조로 되어 있다. 물이 계속 흐르면 정체된 물보다 신선하게 유지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펌프 날개와 내부 관 표면에 미생물이 얇은 막을 형성하는 생물막이 자리 잡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물때는 수돗물 속 칼슘과 마그네슘 등 미네랄 성분이 굳어 생기는 흰색 침전물로, 표면이 거칠어 세균과 유기물이 달라붙기 좋은 조건을 만든다. 물때가 쌓인 부위는 눈에 잘 띄지 않는 펌프 안쪽이나 관 연결 부위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아 겉보기에는 깨끗해 보여도 내부는 오염돼 있을 수 있다.
정수 필터 속 활성탄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흡착 기능이 떨어지고, 그 위에 침, 사료 부스러기, 털 같은 유기물이 쌓이면 세균이 증식할 영양분이 된다. 제조사가 권장하는 교체 주기를 넘겨 필터를 계속 쓰면 정화 기능을 잃은 필터가 오히려 오염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펌프 내부까지 분해해 세척해야 물때를 막을 수 있다 [그림=메디닉스DB]
오염된 물을 지속적으로 마시면 반려동물, 특히 나이가 많거나 면역력이 약한 개체, 어린 새끼 동물에서 구토나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질병관리청은 사람과 동물 모두에서 오염된 물이 세균성 위장관 질환의 매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위생 관리를 권고하고 있다.
물때와 세균 오염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는 여러 가지다. 물이 뿌옇게 흐려지거나 미세한 냄새가 나는 경우, 저수통 내벽이나 펌프 주변을 손가락으로 문질렀을 때 미끈거리는 느낌이 드는 경우, 반려동물이 평소보다 물그릇을 피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인 관찰 포인트로 꼽힌다.
급수기 재질도 위생 관리에 영향을 준다. 플라스틱 재질은 오래 쓰면 미세한 흠집이 생기고 그 틈에 세균이 자리 잡기 쉬운 반면, 스테인리스나 세라믹 재질은 표면이 매끄러워 상대적으로 세척이 쉽고 흠집이 덜 생긴다는 점이 수의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 언급되곤 한다.

재질에 따라 물때와 세균 관리 난이도가 달라진다 [그림=메디닉스DB]
급수기는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완전히 분해해 세척하는 것이 권장된다. 저수통과 펌프, 관 연결 부위까지 분리한 뒤 중성 세제와 미온수로 씻고, 솔로 펌프 날개 틈새를 문질러 물때를 제거한 다음 세제 잔여물이 남지 않도록 충분히 헹궈야 한다.
필터 교체 주기는 제품마다 다르지만 보통 2주에서 4주 사이로 안내되는 경우가 많다. 다묘·다견 가정이거나 수돗물의 경도가 높은 지역이라면 물때가 더 빨리 쌓일 수 있어 권장 주기보다 앞당겨 교체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미 쌓인 물때는 식초를 물에 희석해 담가두는 방법으로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식초 성분이 남으면 냄새나 자극으로 반려동물이 물 마시기를 꺼릴 수 있으므로 세척 후에는 맑은 물로 여러 차례 헹궈 잔여물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급수기에 채우는 물의 종류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네랄 함량이 높은 수돗물을 그대로 사용하면 물때가 더 자주 생길 수 있는 반면, 정수된 물을 사용하면 침전물 발생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어 필터와 펌프 관리 부담을 다소 덜 수 있다.
평소 급수기 관리가 어렵다면 매주 세척일과 필터 교체일을 달력에 표시해두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만약 반려동물이 물을 마신 뒤 반복적으로 구토나 설사, 식욕 저하를 보인다면 급수기 오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가까운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