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째 아침에 눈을 떠도 몸이 무겁고, 예전엔 즐겁던 일도 아무 감흥이 없다면 우울증을 의심하고 진단을 받아볼 시점이다. 단순히 기분이 가라앉는 것과 임상적으로 진단되는 우울증은 다르며, 정확한 진단은 전문의와의 면담과 몇 가지 표준화된 평가를 거쳐 이뤄진다.
우울증 진단의 출발점은 증상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강하게 지속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하루 대부분 우울한 기분이 이어지고 흥미나 즐거움이 뚜렷하게 줄어든 상태가 최소 2주 이상 지속되면 진단 기준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진다. 하루 이틀 기분이 처지는 정도는 진단 대상이 아니다.
여기에 수면 문제, 식욕이나 체중의 뚜렷한 변화, 별다른 이유 없는 피로감, 집중력 저하, 스스로를 지나치게 탓하는 생각, 반복되는 죽음이나 자해에 대한 생각 등이 함께 나타나는지도 살핀다. 이런 증상 가운데 여러 개가 겹쳐 일상생활과 대인관계, 업무에 지장을 줄 때 우울증으로 진단될 수 있다.
병원을 찾으면 먼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언제부터 증상이 시작됐는지, 얼마나 자주 어떤 상황에서 심해지는지 등을 자세히 묻는 면담을 진행한다. 이후 우울감 정도를 측정하는 표준화된 설문 도구를 함께 활용해 증상을 수치화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을 거친다.

전문의 면담과 표준화된 검사로 증상을 확인한다 [그림=메디닉스DB]
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다른 질환을 가려내는 것도 진단 과정에서 중요한 절차다. 갑상선 기능 이상이나 빈혈, 일부 만성질환은 무기력감과 의욕 저하를 동반할 수 있어 혈액검사 등 기초적인 신체 검사를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복용 중인 약물이 우울감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함께 확인한다.
최근에는 온라인이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자가 우울증 선별 검사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런 도구는 자신의 상태를 대략 가늠해보는 참고 자료로는 유용하지만, 그 결과만으로 우울증 여부를 단정하거나 스스로 진단을 확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종 진단은 반드시 전문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우울증은 그 양상이 사람마다 크게 달라 진단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은 기분이 가라앉기보다 짜증이나 신체 통증, 소화불량 같은 신체 증상으로 먼저 나타나기도 하고, 청소년이나 노년층에서는 전형적인 우울 증상 대신 무기력이나 인지 기능 저하로 드러나기도 해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증상 일지를 기록해두면 진료에 도움이 된다 [그림=메디닉스DB]
진단 과정에서는 증상의 중증도 구분도 함께 이뤄진다. 경미한 수준인지,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인지에 따라 이후 치료 방향과 관리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자해나 자살에 대한 생각을 언급하는 경우에는 즉시 집중적인 관찰과 개입이 필요한 위험 신호로 다뤄진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먼저 변화를 알아채고 병원 방문을 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갑자기 말수가 줄고 위생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평소와 다르게 무기력한 모습이 두 주 이상 이어진다면 본인이 증상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권유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일상 속에서는 증상 일지를 간단히 기록해두면 진료실에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분이 가라앉은 날과 그렇지 않은 날, 수면과 식사 상태를 메모해두면 좋다. 2주 이상 무기력과 우울감이 이어지거나 일상생활이 흔들린다면 미루지 말고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나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찾아 상담받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