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가을에도 상한 음식을 먹고 갑자기 배가 뒤틀리듯 아프면서 설사가 멈추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럴 때 많은 사람이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이른바 '식중독 약'을 찾지만, 증상별로 대처법이 달라 아무 약이나 먹었다가는 오히려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 식중독으로 인한 복통과 설사가 시작됐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식중독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기생충 또는 이들이 만든 독소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해 발생하는 급성 위장관 질환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주요 증상은 복통, 설사, 구토, 발열 등이며 원인균의 종류에 따라 잠복기와 증상의 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여름철뿐 아니라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도 음식 보관이 소홀해지면서 환자가 꾸준히 발생한다.
사실 특정 세균이나 독소를 직접 제거해주는 전용 '식중독 약'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지사제나 정장제는 어디까지나 설사, 복통 같은 증상을 완화하는 일반의약품일 뿐, 원인이 되는 병원체를 없애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증상의 원인과 정도를 스스로 가늠하지 못한 채 약부터 찾기보다는 몸 상태를 먼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설사가 시작된 초기에 지사제를 서둘러 복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세균성 식중독이 의심될 때 지사제를 함부로 쓰면 장 속의 병원균과 독소가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을 지연시켜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회복 기간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설사가 가볍고 하루 이틀 안에 잦아드는 경우가 아니라면 임의로 약을 복용하기보다 경과를 지켜보는 편이 안전하다.

지사제 복용 전에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림=메디닉스DB]
식중독으로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것은 지사제가 아니라 수분과 전해질 보충이다. 설사와 구토를 반복하면 몸속 수분과 나트륨, 칼륨 등 전해질이 빠르게 빠져나가면서 탈수로 이어지기 쉽다. 물에 소금과 설탕을 적절히 섞어 마시거나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경구수분보충액을 활용하면 탈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구토가 심해 물조차 삼키기 어려운 경우에는 한 번에 많은 양을 마시기보다 한두 숟가락씩 자주 나눠 마시는 방법이 낫다. 무조건 굶기보다는 속이 진정되는 대로 죽이나 미음처럼 소화가 쉬운 음식을 소량씩 시작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조언이다.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 유제품, 카페인 음료는 증상이 가라앉을 때까지 피하는 것이 좋다.
유산균제 같은 정장제는 장내 세균 균형을 회복하는 데 보조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어 증상 완화 목적으로 많이 쓰인다. 다만 이 역시 원인균을 없애는 치료제가 아니라 보조적인 수단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증상이 가볍고 전신 상태가 크게 나쁘지 않다면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만으로도 며칠 안에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충분한 수분과 휴식이 회복의 첫걸음 [그림=메디닉스DB]
항생제를 임의로 복용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식중독은 세균성뿐 아니라 바이러스성 원인도 많아 항생제가 듣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고, 원인을 정확히 모른 채 항생제를 먹으면 내성균이 생기거나 오히려 장내 세균총이 흐트러져 증상이 길어질 수 있다. 대한감염학회 등 전문 학회에서도 원인 확인 없는 항생제 임의 복용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면 자가 처방을 멈추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고열이 이틀 이상 이어지거나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 어지럼증이나 소변량 감소처럼 탈수 징후가 뚜렷한 경우, 심한 복통이 가라앉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영유아나 고령자, 임산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증상이 가벼워 보여도 탈수와 합병증 위험이 크므로 조기에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음식을 조리하기 전후로 손을 깨끗이 씻고, 육류나 어패류는 속까지 충분히 익혀 먹는 습관이 기본이다. 조리된 음식은 실온에 오래 두지 말고 냉장 보관하며 유통기한과 보관 방법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임의로 약을 섞어 먹기보다 수분 보충과 휴식을 우선하고, 증상이 심해지면 망설이지 말고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회복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