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에서 물그릇은 매일 눈에 띄는 물건이지만 정작 씻는 일은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반려동물이 먹고 남긴 사료 찌꺼기와 침이 그릇 표면에 쌓이면 짧은 시간에 세균이 늘어날 수 있어 정기적인 세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그릇 표면을 손끝으로 만졌을 때 미끈거리는 느낌이 든다면 이미 생물막, 즉 바이오필름이 형성된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바이오필름은 세균이 그릇 표면에 달라붙어 만드는 끈적한 막으로 물로만 헹궈서는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반려견은 물을 마실 때 혀로 그릇 안쪽을 핥으면서 침을 남기고 사료를 먹은 뒤 그대로 물을 마시는 경우가 많아 물그릇에는 사람이 쓰는 컵보다 훨씬 다양한 미생물이 유입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실내 온도와 습도가 높은 시기에는 세균 증식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대한수의사회 등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의 물그릇과 밥그릇을 최소한 하루 한 번은 물로 헹구고, 주방 세제를 이용해 며칠에 한 번은 꼼꼼히 씻어낼 것을 권고한다. 특히 그릇 가장자리와 바닥 모서리는 미끈거림이 남기 쉬운 부위여서 스펀지로 문질러 닦아야 한다.

물그릇은 세제로 자주 씻어야 세균 증식 막을 수 있어 [그림=메디닉스DB]
그릇 재질도 위생 관리에 영향을 준다. 플라스틱 그릇은 표면에 미세한 흠집이 잘 생겨 그 틈으로 세균이 파고들기 쉬운 반면 스테인리스나 도자기 재질은 상대적으로 표면이 매끄러워 세척이 수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래 사용해 흠집이 많이 난 플라스틱 그릇은 교체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물그릇을 놓아두는 장소도 위생에 영향을 미친다. 햇볕이 잘 들지 않고 통풍이 안 되는 구석에 두면 물이 오래 고이면서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가능하면 서늘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그릇을 두고 물을 자주 갈아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염된 물그릇을 반려동물이 계속 사용하면 구토,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이나 입 주변 피부 트러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어린 강아지나 노령견, 기저 질환이 있는 반려동물은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오염된 물을 마셨을 때 증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물그릇 놓는 위치도 위생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그림=메디닉스DB]
반려동물용 식기를 사람이 쓰는 식기와 같은 스펀지로 씻는 습관도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서로 다른 미생물이 오갈 수 있는 만큼 반려동물 전용 스펀지나 솔을 따로 마련해 사용하는 것이 교차 오염을 줄이는 방법으로 꼽힌다.
세척 후 그릇을 완전히 말리는 과정도 중요하다. 물기가 남은 상태로 그릇을 겹쳐 보관하거나 바로 물을 채우면 세척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자연 건조나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한 뒤 사용하는 것이 좋다.
평소와 다르게 반려동물이 물그릇 주변에서 구토나 설사를 반복하거나 입 주변에 발진, 가려움 같은 증상을 보인다면 단순히 물그릇 위생 문제로 단정하지 말고 동물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사소해 보이는 그릇 관리 습관이 반려동물의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