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받을 때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숫자 가운데 하나가 체중과 체질량지수다. 체중이 정상 범위에 들어오면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체중 자체보다 평소 얼마나 움직이고 무엇을 먹는지가 장기적인 만성질환 위험과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학술지 란셋 리저널 헬스 아메리카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미국 성인 14만2,041명을 대상으로 신체활동과 식사의 질, 체질량지수와 만성질환 발생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간호사 건강연구와 보건전문가 추적연구 등 장기간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제2형 당뇨병, 주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암 발생 여부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평소 신체활동량이 많고 식사의 질이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만성질환 발생 위험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인기 동안 건강한 식습관과 신체활동을 꾸준히 유지한 집단에서는 만성질환 위험이 약 46% 낮았다. 연구진이 과거와 현재의 체질량지수를 보정한 이후에도 이러한 연관성이 유지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중년 이후 생활습관을 개선한 경우에도 의미 있는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 결과 중년기에 운동량을 늘리고 식단의 질을 높인 사람은 만성질환 발생 위험이 약 34%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젊을 때부터 건강관리를 하지 못했더라도 생활습관을 바꾸는 시점이 너무 늦었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연구가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는 체중과 건강한 생활습관을 같은 개념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몸무게가 적게 나간다고 해서 신체활동이 충분하거나 식생활이 건강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반대로 체중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가더라도 꾸준히 움직이고 균형 잡힌 식사를 유지하는 생활습관은 건강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실제 건강관리를 체중 감량에만 집중하면 극단적인 식사 제한이나 단기간 다이어트를 반복하기 쉽다. 하지만 장기적인 질환 예방을 목표로 한다면 체중계 숫자를 빠르게 낮추는 것보다 매일 지속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식생활에서는 특정 식품 하나를 건강식품처럼 집중적으로 먹는 방식보다 채소와 과일, 통곡물, 견과류, 콩류 등 다양한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고 가공식품과 지나치게 당분이 많은 음식을 줄이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운동 역시 주말에 한꺼번에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것보다 걷기나 자전거 타기처럼 꾸준히 반복할 수 있는 활동을 생활 속에 포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라는 점에서 운동이나 식습관이 직접적으로 질환 발생을 감소시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 참여자의 상당수가 백인이고 여성 비율이 높다는 점도 결과를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때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장기간에 걸쳐 체중과 생활습관을 함께 분석했다는 점에서 건강관리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자료로 평가된다.
건강관리는 체중을 몇 킬로그램 줄였는지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오늘 얼마나 움직였는지, 어떤 음식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이러한 행동을 몇 달과 몇 년 동안 이어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체중계의 숫자를 관리하는 것과 함께 식사와 신체활동의 질을 높이는 습관이 장기적인 만성질환 예방의 핵심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