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시간대에 식사를 거른 채 헬스장이나 공원으로 향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다이어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공복 상태에서 운동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복운동이 체지방 감량에 확실한 우위를 준다는 근거는 부족하며, 운동 시점보다 하루 전체 섭취 열량과 운동 강도, 회복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공복운동을 지지하는 쪽은 위장에 남은 음식물이 없으면 몸이 곧바로 저장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끌어다 쓴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공복 상태에서 운동하면 혈중 유리지방산 농도가 일시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지방이 더 많이 분해된다는 뜻일 뿐, 실제로 체지방이 더 많이 줄어드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여러 운동생리학 연구를 종합하면 공복 상태와 식후 상태에서 운동했을 때 장기적인 체지방 감량 효과에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다이어트의 핵심은 하루 동안 섭취한 열량과 소비한 열량의 차이이며, 운동을 언제 하느냐보다 얼마나 꾸준히, 어느 정도 강도로 하느냐가 더 결정적인 변수로 꼽힌다.
저녁 시간은 다른 시간대와 다른 특성을 지닌다. 하루 종일 활동하며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이 상당 부분 소모된 상태이기 때문에, 저녁 식사를 거른 채 곧바로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혈당이 급격히 떨어질 위험이 낮 시간대보다 커질 수 있다. 특히 아침을 부실하게 먹었거나 점심 이후 별다른 간식을 챙기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런 위험이 더 두드러진다.

저녁 공복 상태로 달리기를 하는 모습 [그림=메디닉스DB]
공복 상태에서 무리하게 운동하면 어지럼증이나 손 떨림, 식은땀 같은 저혈당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등 관련 학회는 혈당 조절 약물을 복용 중인 사람이라면 공복운동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저혈당 상태에서 운동을 지속하면 실신이나 낙상 등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근육량 유지 측면에서도 공복운동은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체내 글리코겐이 고갈된 상태에서 장시간 운동하면 몸이 근육 단백질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쓰는 비율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이어트 중이라도 근육량을 지키는 것이 기초대사량 유지와 요요현상 예방에 중요한 만큼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운동 강도가 높을수록 공복 상태의 영향은 더 커진다. 가벼운 걷기 정도라면 공복이어도 큰 무리가 없지만, 고강도 인터벌 운동이나 무거운 중량을 다루는 근력운동을 공복으로 진행하면 근력과 지구력이 평소보다 떨어져 운동 수행 능력 자체가 낮아질 수 있다. 결국 힘든 운동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소비 열량도 기대만큼 늘지 않는다.

가벼운 간식으로 혈당을 미리 채우는 모습 [그림=메디닉스DB]
그렇다고 무조건 배부르게 먹은 뒤 운동하라는 뜻은 아니다. 식사 직후 곧바로 격렬한 운동을 하면 소화 기능이 저하되고 속이 더부룩해지거나 구역감을 느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저녁 운동을 계획한다면 운동 한두 시간 전 바나나나 소량의 견과류, 요거트 같은 가벼운 간식으로 혈당을 어느 정도 유지해 두는 방법을 권한다.
수분 섭취도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저녁에는 낮보다 갈증을 덜 느끼는 경우가 많아 수분 섭취량이 부족해지기 쉬운데, 공복운동 중 탈수까지 겹치면 어지럼증이나 근경련 위험이 더 커진다. 운동 전후로 물을 충분히 마시고,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이라면 전해질 보충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다.
결국 저녁 공복운동이 효과적인지는 개인의 몸 상태와 운동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 평소 저혈당 증상을 겪었거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공복운동을 피하고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한 뒤 운동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안전하다. 운동 중 어지럼증이나 심한 무기력감, 가슴 두근거림이 반복된다면 곧바로 운동을 중단하고 병원을 찾아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