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주말 산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무더위가 한풀 꺾인 가을은 습도가 낮고 시야가 맑아 일 년 중 산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로 꼽힌다. 하지만 산에 오르는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내려오는 길에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이들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등산 중 무릎 통증은 오르막보다 내리막에서 훨씬 자주 발생한다. 내리막길에서는 몸무게에 중력까지 더해지면서 무릎 관절이 받는 충격이 평지를 걸을 때보다 여러 배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급경사 구간에서 무릎을 굽혔다 펴는 동작을 반복하면 무릎뼈 주변 연골과 인대에 미세한 손상이 누적될 수 있다.
가을철에는 평소 운동을 잘 하지 않던 사람들도 날씨에 이끌려 산행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부상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몸이 등산이라는 낯선 운동 강도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긴 코스를 소화하면 무릎뿐 아니라 발목, 허리에도 부담이 갈 수 있다.
무릎 통증을 예방하려면 산행 전 준비운동이 필수적이다. 특히 허벅지 앞뒤 근육과 종아리 근육을 충분히 늘려주는 스트레칭은 무릎 관절이 받는 충격을 근육이 분산해 흡수하도록 돕는다. 스트레칭은 산에 오르기 전뿐 아니라 하산을 마친 뒤에도 한 번 더 해주는 것이 좋다.

산행 전 충분한 스트레칭이 무릎 부담을 줄여준다 [그림=메디닉스DB]
등산 스틱을 사용하는 것도 무릎 부담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스틱을 짚고 걸으면 체중의 일부가 팔로 분산되면서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이 줄어든다. 특히 경사가 급한 내리막에서는 스틱 두 개를 함께 사용해 삼각형 구조로 몸을 지지하면 무릎이 받는 충격을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다.
걸음걸이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급한 내리막을 일직선으로 곧장 내려오기보다는 지그재그로 걸으며 경사를 완만하게 나누어 밟는 것이 무릎에 훨씬 덜 무리를 준다. 보폭은 평소보다 좁게 유지하고 발바닥 전체로 지면을 디디는 습관을 들이면 순간적으로 무릎에 실리는 충격을 줄일 수 있다.
등산화 선택 역시 무릎 건강과 무관하지 않다. 발목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등산화는 발목이 꺾이거나 접질리는 상황을 막아 그로 인한 무릎 부상까지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밑창이 지나치게 얇거나 딱딱한 신발은 충격 흡수가 잘 되지 않아 장시간 산행 시 무릎 피로를 키울 수 있다.

내리막에서는 스틱 두 개를 활용하면 무릎 부담이 준다 [그림=메디닉스DB]
평소 허벅지 근력을 길러두는 것도 중요한 예방책이다. 허벅지 앞쪽 근육인 대퇴사두근이 튼튼하면 무릎 관절을 안정적으로 지지해 연골에 가는 부담을 줄여준다. 스쿼트나 계단 오르내리기 같은 하체 운동을 산행 전 몇 주간 꾸준히 해두면 실제 산행에서 무릎 통증을 겪을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산행 도중 무릎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무리하게 계속 걷기보다는 잠시 멈춰 쉬는 것이 우선이다. 무릎을 살짝 굽힌 채 근육을 가볍게 풀어주고, 가능하다면 무릎 주변을 찬물이나 얼음팩으로 식혀주는 것도 급성 부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통증이 있는데도 계속 걸으면 손상이 더 커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산행을 마친 뒤에도 무릎이 붓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이 지속된다면 단순한 근육통이 아닐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대한정형외과학회 등 관련 학회는 무릎 통증이 며칠 이상 이어지거나 무릎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느낌이 지속되면 반월판이나 인대 손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가을 산행은 몸과 마음의 건강에 모두 도움이 되는 좋은 활동이지만 준비 없이 나서면 무릎에 예상치 못한 무리를 줄 수 있다. 자신의 체력 수준에 맞는 코스를 고르고 준비운동과 스트레칭을 거른 채 산에 오르지 않도록 하며, 하산길에는 스틱과 지그재그 보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무릎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