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에서 100세를 넘긴 백세인들의 유전체를 비교분석하는 연구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고 있다는 소식이 관심을 끌고 있다. 장수의 비밀을 유전자 지도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 연구 결과가 지니는 의미와 한계를 함께 짚어본다.
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100세 이상 장수한 사람들의 신체적 특징과 생활습관을 조사해 왔지만, 최근에는 유전체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들의 DNA를 직접 들여다보는 연구가 한층 활발해지고 있다. 방대한 유전 정보를 비교함으로써 장수와 관련된 유전자를 찾아내려는 시도가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연구에서 백세인들은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유전자, 지질대사와 관련된 유전자, 세포 내 DNA 손상을 복구하는 유전자 등에서 일반인과는 다른 특정 변이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이런 변이가 노화 과정에서 세포와 조직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콜레스테롤 대사에 관여하는 유전자나 세포 노화 속도를 늦추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에서 특이한 변이가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학계는 이런 변이가 심혈관질환이나 대사성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전자 변이 분석은 정밀한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 [그림=메디닉스DB]
다만 전문가들은 장수가 하나의 유전자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여러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데다 식습관과 신체활동, 사회적 환경까지 더해지면서 개인의 수명과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관련 학회를 중심으로 백세인의 건강 상태와 유전적 특징을 조사하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으며, 장수인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도 함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조사는 유전 요인과 지역 환경 요인을 함께 살펴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문가들은 유전적 요인이 장수에 기여하는 비율은 제한적이며, 오히려 규칙적인 신체활동과 균형 잡힌 식사,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 꾸준한 사회적 관계 유지 등 후천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좋은 유전자를 타고나더라도 생활습관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규칙적인 운동은 건강한 노년에 도움을 준다 [그림=메디닉스DB]
이런 연구 결과를 곧바로 신약 개발이나 유전자 검사 상품화로 연결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정 변이를 지녔다고 해서 반드시 장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그런 변이가 없다고 해서 장수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의 해석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학계는 앞으로 더 많은 백세인의 유전체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국가와 인종별로 비교분석함으로써 장수와 관련된 유전자 네트워크를 보다 정교하게 규명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연구가 축적되면 노화 관련 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일반인이 이런 연구 결과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건강관리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 금연과 절주, 적정 체중 유지, 규칙적인 운동과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한 만성질환 관리가 장수를 위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