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닉스
연구·학술 리포트

특정 뇌세포만 빛으로 켜고 끄는 광유전학, 뇌질환 원인 규명에 쓰인다

유전자 조작으로 신경세포에 빛 반응성 부여, 파킨슨병 우울증 등 뇌질환 회로 연구에 새 도구로 주목

메디닉스 정하준기자|입력 |조회 0
AI세줄 요약
  • 신경세포 빛으로 켜고 끄는 광유전학 기술 주목
  • 파킨슨병 우울증 등 뇌질환 원인 규명에 활용돼
  • 아직 동물실험 단계, 전문의 진료 필요

AI 기술로 자동 요약한 내용입니다.

광유전학 실험 장비에서 나오는 파란 레이저 빛과 연구자의 모습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제작했습니다. [그림=메디닉스DB]

진료실에서 파킨슨병이나 우울증 환자를 만나는 의료진은 종종 같은 질문에 부딪힌다. 도대체 뇌의 어느 부위, 어떤 신경세포가 문제를 일으키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최신 뇌과학 연구 기법으로 광유전학이 주목받고 있다. 빛을 이용해 특정 신경세포만 골라 켜고 끌 수 있는 기술로, 뇌질환의 원인을 밝히는 실험실 연구에서 활발히 쓰이고 있다.

광유전학은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신경세포에 심어, 원하는 순간에만 그 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기술을 말한다. 원래 뇌 신경세포는 빛에 반응하지 않지만, 특정 유전자를 넣어주면 빛을 쬐었을 때 세포가 켜지거나 꺼지도록 만들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연구자는 뇌 전체가 아니라 원하는 신경세포 집단만 콕 집어 실험할 수 있게 된다.

이 기술에 쓰이는 유전자는 원래 빛을 감지해 움직이는 조류나 미생물에서 유래한 옵신 유전자다. 연구자들은 이 유전자를 무해한 바이러스에 실어 실험동물의 뇌 특정 부위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신경세포에 빛 감수성을 부여한다. 이후 가느다란 광섬유를 뇌에 심어 빛을 전달하면, 그 부위의 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활성화되거나 억제된다.

실험 과정을 보면 연구자는 살아 움직이는 동물의 뇌에 빛을 쏘아 특정 행동이 나타나거나 사라지는지 관찰한다. 예컨대 어떤 신경세포에 빛을 비추자 동물이 갑자기 얼어붙거나, 반대로 움직임이 늘어나는 식이다. 이런 반응을 통해 연구자는 특정 신경세포가 어떤 행동이나 감정과 직접 연결돼 있는지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기존 뇌영상 검사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부분이다.

어두운 실험실에서 파란 빛으로 동물 행동을 관찰하는 연구자

빛으로 신경세포 활동을 조절하는 실험 장면 [그림=메디닉스DB]

파킨슨병 연구에서는 광유전학을 이용해 운동 조절과 관련된 신경회로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떨림이나 경직 같은 증상이 뇌의 어느 신경세포 집단에서 비롯되는지 동물모델을 통해 규명하려는 것이다. 이런 기초연구는 향후 치료 표적을 더 정교하게 좁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연구에서도 광유전학이 활용된다. 특정 스트레스 상황에서 어떤 신경회로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는지, 반대로 그 회로를 억제하면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동물실험으로 확인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기분장애가 단순한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 신경회로의 이상과 관련될 수 있다는 근거가 쌓이고 있다.

중독이나 뇌전증 연구에서도 비슷한 접근이 이뤄진다. 약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됐을 때 활성화되는 보상회로를 광유전학으로 조절해보거나, 발작이 시작되는 순간의 신경세포 활동을 억제해 발작을 막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이 대표적이다. 이런 연구는 향후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다만 광유전학은 아직 사람에게 직접 적용하는 치료법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유전자를 넣고 뇌에 광섬유를 심어야 하는 침습적 방식이라 현재는 주로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한 기초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적용까지는 안전성과 윤리적 검토를 포함해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광섬유와 레이저 장비가 놓인 신경과학 실험실 책상

기초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는 광유전학 장비 [그림=메디닉스DB]

그럼에도 학계에서는 광유전학이 뇌질환의 발생 기전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도구로 평가한다. 특정 신경회로의 역할이 명확히 밝혀지면, 기존 뇌심부자극술 같은 치료법의 표적을 더 정밀하게 설정하는 데도 참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경과학 관련 학회들도 이런 기초연구 동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일반 독자 입장에서는 광유전학을 특정 질환의 즉각적인 치료법으로 오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은 뇌질환의 원인을 밝히는 연구 단계의 기술이며, 실제 환자 진료에 쓰이는 기법은 아니다. 관련 보도나 정보를 접할 때는 연구 단계와 실제 치료 사이의 거리를 구분해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뇌질환으로 진단받았거나 의심 증상이 있다면 최신 연구 소식에 앞서 신경과 등 전문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것이 우선이다. 광유전학 같은 기초연구는 장기적으로 치료법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지만, 당장의 증상 관리와 치료는 현재 검증된 의료적 방법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