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대하에서 갑자기 생선 비린내와 비슷한 냄새가 나고 색깔이 회백색이나 누런빛으로 바뀌었다면 세균성질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가려움이나 통증이 거의 없어 단순한 분비물 변화로 여기고 넘기는 경우가 많지만, 원인을 확인하지 않고 방치하면 골반 내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임신을 계획 중이거나 최근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진 여성이라면 더욱 눈여겨봐야 하는 신호다.
세균성질염은 성 매개 감염이 아니라 질 내부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던 유산균, 즉 락토바실러스가 줄어들고 그 자리를 혐기성 세균이 과도하게 채우면서 나타나는 균형 이상 상태다. 원래 질 내부는 약산성 환경을 유지해 유해균 증식을 억제하는데, 이 산도가 무너지면 냄새를 유발하는 세균들이 더 쉽게 번식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질병관리청 등 보건 당국도 이를 흔히 발생하는 여성 질환 중 하나로 안내하고 있다.
가장 흔한 증상은 생선 비린내와 비슷한 냄새와 회색 또는 옅은 노란색 분비물이다. 성관계 직후나 생리 전후에 냄새가 유독 심해지는 경우가 많고, 가려움이나 따가움 같은 자극 증상은 동반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다만 적지 않은 여성이 뚜렷한 자각 증상 없이 지나가는 경우도 있어,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을 통해서만 확인되기도 한다.
질 세정제나 향이 첨가된 세정 용품을 자주 사용하는 습관, 잦은 성관계나 새로운 파트너와의 접촉, 항생제 복용, 흡연, 자궁내 장치 사용 등이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질 내부를 지나치게 자주 씻어내거나 세정제로 세척하는 습관이 오히려 정상 균총을 무너뜨려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잦은 질 세정 습관이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어 [그림=메디닉스DB]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산부인과를 방문해 냉대하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분비물의 산도를 측정하고 현미경으로 세균 상태를 확인하며, 특유의 냄새 반응을 살피는 검사를 통해 세균성질염 여부를 가려낸다. 증상이 비슷한 다른 질염과 혼동하기 쉬운 만큼, 인터넷에서 본 정보만으로 스스로 진단하고 약을 구입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증상을 방치하면 자궁경부염이나 골반염으로 진행할 수 있고, 임신 중이라면 조산이나 저체중아 출산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질 내 방어벽이 약해지면서 다른 성 매개 감염에 노출될 위험도 함께 커질 수 있어, 임신을 계획하고 있거나 이미 임신 중인 여성이라면 더욱 신경 써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는 산부인과에서 처방하는 항생제를 통해 이뤄지며, 먹는 약이나 질정 형태로 일정 기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증상이 며칠 만에 호전되더라도 처방된 기간을 임의로 줄이지 않고 끝까지 복용하는 것이 재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질 세정제나 민간요법으로 냄새를 없애려는 시도는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식초나 요구르트를 이용한 자가 치료는 의학적으로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정확한 진단 없이 남은 항생제를 임의로 복용하거나 다른 사람의 처방약을 사용하는 것도 반드시 피해야 한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재발을 줄이는 길 [그림=메디닉스DB]
세균성질염은 치료를 마친 뒤에도 재발이 잦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완치 판정을 받았더라도 몇 달 안에 냄새나 분비물 변화가 다시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아, 비슷한 증상이 재발하면 자가 치료를 시도하기보다 곧바로 병원을 다시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성 파트너는 일반적으로 별도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성 파트너가 있는 경우에는 함께 진료를 받는 것이 권고되기도 한다. 정확한 지침은 개인의 상황과 재발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담당 의사와 상담을 거치는 것이 안전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향이 첨가된 질 세정제 사용을 자제하고 통기성 좋은 속옷을 착용하며 몸의 전반적인 면역 상태를 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냉대하 냄새나 색 변화가 며칠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된다면 자가 진단에 의존하지 말고 가까운 산부인과를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