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 듯한 극심한 두통이 찾아오고 구토와 목 경직까지 동반된다면 단순 편두통이 아니라 뇌동맥류 파열을 의심해봐야 한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 일부가 약해져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으로, 파열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스스로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대한신경외과학회에 따르면 뇌동맥류는 뇌혈관이 갈라지는 분지 부위에서 주로 발생하며, 크기가 작을 때는 파열되기 전까지 특별한 증상 없이 지내는 경우가 대다수다. 최근에는 건강검진에서 뇌 영상 촬영을 하다가 우연히 크기가 작은 동맥류가 발견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동맥류가 커지면서 주변 신경을 압박하면 파열 전에도 일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한쪽 눈꺼풀이 처지는 안검하수, 사물이 겹쳐 보이는 복시, 눈 뒤쪽이 욱신거리는 듯한 통증, 시야가 점차 흐려지는 증상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런 증상은 갑작스럽게 나타나기보다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노안이나 안구건조증, 피로 누적 등으로 오인하고 지나치기 쉽다. 특히 한쪽 눈에만 증상이 국한되거나 원인 모를 두통과 함께 나타난다면 뇌혈관 이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한쪽 눈꺼풀 처짐은 동맥류가 커졌을 때 나타날 수 있어 [그림=메디닉스DB]
문제는 동맥류가 실제로 파열됐을 때다. 파열성 뇌동맥류의 가장 흔한 증상은 생전 처음 겪어보는 강도의 두통으로, 의학적으로는 흔히 벼락 두통이라 불린다. 통증이 수초 안에 최고조에 이르고, 목이 뻣뻣해지는 경부 강직과 구역, 구토, 빛에 대한 눈부심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심할 경우 의식이 흐려지거나 갑자기 쓰러지고, 경련이나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출혈 범위가 넓으면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등 뇌졸중과 비슷한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될 수 있어 응급실에서도 감별 진단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질병관리청은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지주막하출혈이 치명률이 높은 응급질환이라며, 벼락 두통과 함께 의식 저하나 마비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해 응급실로 이송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증상 발생 후 병원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이 예후를 크게 좌우하는 만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뇌동맥류는 고혈압, 흡연,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 특히 폐경 이후 여성에서 발생 빈도가 높다는 보고도 있어 직계가족 중 뇌동맥류나 지주막하출혈 병력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뇌혈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권장된다.

벼락 두통과 마비 증상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로 [그림=메디닉스DB]
진단은 CT 혈관조영술이나 MR 혈관조영술 등 비침습적 영상검사로 이뤄지며, 필요한 경우 뇌혈관 조영술을 통해 동맥류의 크기와 위치, 파열 위험도를 좀 더 정밀하게 평가하게 된다. 발견된 동맥류의 크기와 위치,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에 따라 경과관찰과 시술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한다.
크기가 작고 파열 위험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면 정기적인 영상 검사로 경과를 관찰하는 경우도 많다. 반면 크기가 크거나 위치상 파열 위험이 높다고 평가되면 코일색전술이나 결찰술 등을 통해 미리 처치하는 방안을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게 된다.
평소 고혈압이 있다면 혈압을 꾸준히 관리하고 금연하는 것이 뇌동맥류 예방과 파열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극심한 두통이 갑자기 발생하거나, 한쪽 눈꺼풀 처짐과 복시 같은 낯선 증상이 지속된다면 미루지 말고 신경과나 신경외과를 찾아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