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계속 어지럽고 쉽게 피곤하며 얼굴이 창백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철분 부족을 의심해볼 수 있다. 임신부는 태아와 태반에 필요한 혈액량이 늘어나면서 철분 요구량이 크게 증가해 임신 후반기로 갈수록 빈혈 위험이 높아진다. 산부인과 진료 시 정기적으로 혈색소 수치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철분제 복용을 시작하는 것이 권장된다.
임신 중 빈혈은 단순한 피로감으로 넘기기 쉽지만 방치하면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산모는 어지럼증, 두근거림, 숨참, 두통 등을 겪을 수 있고 심한 경우 출산 과정에서 회복이 더딜 수 있다. 태아는 성장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 공급이 줄어들어 저체중이나 조산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임신 중 철분 요구량이 늘어나는 이유는 혈액량 자체가 임신 전보다 약 40~50% 늘어나기 때문이다. 늘어난 혈액량만큼 적혈구를 만들어내는 재료인 철분이 더 많이 필요한데, 음식만으로는 이 늘어난 요구량을 채우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별도의 보충이 필요하다는 것이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관련 학회들은 임신 중기 이후부터 철분제 복용을 시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임신 초기에는 입덧 등으로 소화 기능이 예민해져 있어 철분제가 속쓰림이나 구역감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혈액검사 결과와 증상을 고려해 의료진과 상담 후 복용 시기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기 혈액검사로 빈혈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메디닉스DB]
철분제는 공복에 복용할 때 흡수율이 높지만 위장이 예민한 임신부는 속쓰림이나 메스꺼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식후 소량씩 나눠 복용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이나 주스와 함께 섭취하면 철분 흡수를 도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철분 흡수를 방해하는 음식과는 시간을 두고 복용하는 것이 좋다. 커피나 녹차에 든 탄닌 성분, 우유나 유제품에 든 칼슘은 철분 흡수를 낮출 수 있어 철분제 복용 전후 한두 시간은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철분제를 처음 복용하면 변비, 소화불량, 속이 검게 변한 변 등의 부작용을 겪는 임신부가 적지 않다. 변비가 심하면 수분과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고 가벼운 걷기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증상이 지속되면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담당 의료진과 복용량이나 제형 변경을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비타민C와 함께 먹으면 철분 흡수에 도움이 된다 [그림=메디닉스DB]
철분은 시금치, 소고기, 콩류, 달걀노른자 등 음식을 통해서도 섭취할 수 있다. 다만 임신 후반기로 갈수록 필요량이 늘어나 식품만으로 충분한 철분을 채우기는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균형 잡힌 식단을 기본으로 하되 혈액검사에서 빈혈 소견이 확인되면 철분제 병행이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철분제를 무조건 많이 먹는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과다 복용은 오히려 위장 장애를 심하게 만들 수 있고 다른 미네랄 흡수를 방해할 수도 있어 의료진이 권고한 용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임신부용 종합영양제를 별도로 복용하는 경우 철분 중복 섭취가 되지 않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어지럼증이 심해 일상생활이 어렵거나 숨이 많이 차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다음 정기검진을 기다리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임신 중 정기 혈액검사를 통해 혈색소 수치를 꾸준히 확인하고, 철분제 복용 여부와 방법은 반드시 담당 산부인과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