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미세먼지가 심한 날 두통이나 어지럼증을 더 크게 느낀 경험이 있을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4일 당뇨 환자가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면 뇌혈관 손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국립보건연구원이 초미세먼지와 당뇨가 함께 작용해 뇌혈관을 손상시키는 공통 기전을 규명했다는 내용이다.
이번 발표는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이 진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 연구진은 초미세먼지 노출과 당뇨병이라는 두 가지 위험 요인이 뇌혈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봤고, 두 요인이 겹칠 때 뇌혈관 손상을 유발하는 경로가 공통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팀은 혈관성 치매와 관련된 뇌혈관 기능 저하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요 단백질 변화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뇌로 가는 혈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번 연구는 그 과정에서 초미세먼지와 당뇨가 함께 관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당뇨병은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서 혈관 벽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는 질환이다. 여기에 초미세먼지까지 더해지면 혈관 손상이 겹겹이 쌓이는 셈이어서, 당뇨 환자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뇌혈관 건강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게 질병관리청의 설명이다.

국립보건연구원이 관련 기전을 규명했다 [그림=메디닉스DB]
초미세먼지는 지름이 매우 작아 호흡기를 거쳐 혈관까지 침투할 수 있는 대기오염 물질로 알려져 있다. 폐포를 지나 혈류로 들어간 초미세먼지 입자는 전신 혈관에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뇌혈관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이유로 대기질이 나쁜 날에는 심뇌혈관 질환자의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종종 보고된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연구 결과가 당뇨 환자의 뇌혈관 건강 관리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당뇨병 자체가 이미 뇌졸중이나 혈관성 치매의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초미세먼지 노출까지 겹칠 경우 뇌혈관에 미치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당뇨 환자뿐 아니라 고령자, 심뇌혈관 질환 이력이 있는 사람도 초미세먼지 노출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평소 혈당 관리가 잘 되지 않는 상태에서 미세먼지 농도까지 높아지면 두 가지 위험이 겹쳐 뇌혈관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당뇨 환자는 미세먼지 노출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그림=메디닉스DB]
일상에서는 미세먼지 농도를 자주 확인하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대기질 예보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이나 매우 나쁨으로 표시되는 날에는 외출을 줄이고, 부득이하게 외출할 때는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는 환기 시간을 조절하고 공기청정기를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당뇨 환자는 평소 혈당 관리와 더불어 정기적인 혈압, 콜레스테롤 검사를 통해 혈관 건강을 함께 살피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야외 운동을 피하고 실내 운동으로 대체하는 것도 혈관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약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갑자기 두통, 어지럼증, 팔다리 저림,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뇌혈관 이상을 의심하고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당뇨 환자는 이러한 증상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신속하게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