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혼자 두고 외출했다가 돌아왔을 때 방석이 찢겨 있거나 현관 매트에 배변 흔적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짖음이나 하울링 없이 조용했다는 이유로 별문제 없다고 넘기기 쉽지만, 물어뜯기와 배변 실수는 분리불안의 대표적인 신호로 꼽힌다. 소리로 드러나지 않는 만큼 보호자가 놓치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
분리불안은 보호자와 떨어지는 상황 자체에서 극심한 불안을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흔히 짖음이나 하울링을 먼저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가구나 문틀을 물어뜯거나, 평소 배변 훈련이 잘돼 있던 반려견이 갑자기 실내에서 배변 실수를 반복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행동은 단순한 버릇이 아니라 심리적 스트레스의 표현으로 봐야 한다.
대표적인 신호로는 현관문이나 창틀 주변을 집중적으로 물어뜯는 행동, 카펫이나 매트를 긁어 파헤치는 행동, 침을 과도하게 흘리는 증상, 식욕 저하 등이 꼽힌다. 일부 반려견은 탈출을 시도하다 발톱이 부러지거나 잇몸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보호자가 외출 준비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흔한 특징이다.
이런 행동은 단순한 심심함이나 운동 부족과 혼동되기 쉽다. 심심함으로 인한 물어뜯기는 집 안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반면, 분리불안으로 인한 행동은 현관문이나 창문처럼 보호자가 나간 방향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배변 실수 역시 훈련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불안이 심할 때만 반복된다면 분리불안을 의심해볼 수 있다.

외출 신호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반려견 [그림=메디닉스DB]
분리불안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이사나 가족 구성원 변화처럼 생활 환경이 갑자기 바뀌었거나, 보호자의 근무 형태가 바뀌어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경우 발생하기 쉽다. 유기나 파양을 경험한 뒤 입양된 반려견, 어린 시절 독립적으로 지내는 훈련을 충분히 받지 못한 반려견에게서도 비교적 자주 관찰된다.
대처의 첫걸음은 외출과 관련된 신호를 반려견이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다. 열쇠를 챙기거나 겉옷을 입는 등 외출 전 행동을 평소에도 반복해 보여주되 실제로는 나가지 않는 연습을 통해, 이런 행동이 곧 혼자 남겨진다는 신호가 아니라는 점을 학습시킬 수 있다. 매일 같은 순서로 반복하기보다 순서를 조금씩 바꿔가며 예측 가능성을 낮추는 것도 도움이 된다.
외출 시간을 아주 짧게 나눠 연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몇 초에서 1분 이내로 문밖에 나갔다 돌아오는 것을 반복하고, 반려견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면 시간을 점차 늘려가는 방식이다. 돌아왔을 때 지나치게 반갑게 맞아주기보다는 차분하게 대하는 편이 흥분과 불안의 강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외출 전 산책이나 놀이로 충분히 에너지를 소모시켜 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몸이 피로한 상태에서는 혼자 있는 시간에 잠을 자며 보내는 경우가 많아 불안 반응이 줄어들 수 있다. 씹는 장난감이나 노즈워크 매트처럼 시간이 걸리는 놀잇감을 챙겨주면 물어뜯는 대상을 가구에서 장난감으로 돌리는 데 도움이 된다.

물어뜯는 습관 완화에 도움 되는 장난감 [그림=메디닉스DB]
물어뜯기나 배변 실수를 발견했을 때 반려견을 크게 혼내는 것은 피해야 한다. 시간이 지난 뒤의 처벌은 반려견이 왜 혼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불안만 가중시킬 수 있다. 오히려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 이를테면 켄넬이나 담요로 아늑하게 꾸민 구역을 마련해 주는 편이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
이런 관리에도 불구하고 자해에 가까운 상처가 반복되거나, 몇 주간 훈련을 이어가도 배변 실수와 파괴적 행동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수의사나 반려동물 행동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요한 경우 수의사 처방에 따른 약물 치료를 행동 교정과 병행하기도 한다. 증상이 가벼울 때 상담을 받을수록 회복까지 걸리는 기간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반려견이 물건을 물어뜯거나 짖지 않고 조용히 혼자 시간을 보내는지, 외출과 귀가 시 반려견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관찰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초기에 신호를 알아차리고 짧은 외출 연습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면 분리불안이 심해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