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까지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다 겨우 잠드는 자녀를 보며 걱정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청소년기 스마트기기 사용이 뇌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여러 해에 걸쳐 살펴본 국내외 장기추적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며 학부모와 교육 현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하루 대부분을 화면 앞에서 보내는 청소년이 늘어나면서 연구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는 분위기다.
청소년기는 사고와 판단,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을 비롯한 뇌 영역이 왕성하게 발달하는 시기로 외부 자극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에 형성되는 생활 습관과 자극 경험이 이후 성인기 인지 기능과 정서 조절 능력의 토대를 이룬다고 설명한다. 그만큼 이 시기의 미디어 노출 방식이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 대형 코호트 연구진은 수천 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스마트기기 사용 시간과 뇌 영상, 인지검사 결과를 매년 반복해서 수집하는 방식의 장기추적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러한 방식은 특정 시점만 살펴보는 단면 조사와 달리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함께 관찰할 수 있어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데 더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하루 사용 시간이 지나치게 긴 청소년일수록 주의집중과 관련된 뇌 영역의 활동 패턴에서 차이가 관찰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차이가 곧바로 뇌 손상이나 특정 질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향후 반복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장기추적 연구는 뇌 영상과 인지검사를 함께 활용한다 [그림=메디닉스DB]
세계보건기구는 청소년의 과도한 화면 노출이 수면의 질 저하와 연관될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취침 직전의 스마트기기 사용은 뇌를 각성 상태로 유지시켜 수면 개시 시각을 늦추고 전체 수면 시간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청소년기의 수면 부족이 성장호르몬 분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수면 부족은 청소년기의 학습 능력과 기억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성장기 수면이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이 성인기보다 크다고 강조하며 규칙적인 수면 습관 형성의 중요성을 안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늦은 밤 스마트기기 사용을 줄이는 것이 수면 습관 개선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스마트기기 사용이 무조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적절한 학습 콘텐츠 활용이나 또래와의 온라인 소통은 사회성 발달과 정보 습득 능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용을 무조건 막는 것이 아니라 나이와 상황에 맞는 적절한 활용 방식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용 시간의 총량뿐 아니라 사용 목적과 방식이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라고 말한다. 수동적으로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과 능동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거나 학습에 활용하는 시간은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같은 사용 시간이라도 내용과 맥락에 따라 뇌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 목적에 따라 뇌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 [그림=메디닉스DB]
국내에서도 관련 학회와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청소년의 미디어 이용 습관과 정신 건강 지표를 함께 살펴보는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축적될 자료가 청소년 스마트기기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 마련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표본과 방법이 서로 다른 연구 결과를 단순 비교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학교 현장에서도 스마트기기 사용 시간과 학업 성취도, 교우 관계의 상관성을 살펴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 관계자들은 일률적인 사용 제한보다 학생 개개인의 상황에 맞춘 지도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가정과 학교가 함께 청소년의 미디어 이용 습관을 살펴보는 협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정에서는 취침 한두 시간 전부터 스마트기기 사용을 줄이고 침실에는 기기를 두지 않는 것이 수면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자녀가 과도한 사용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거나 수면 문제, 집중력 저하가 지속된다면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등 전문기관을 찾아 상담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용 시간뿐 아니라 사용 목적과 방식을 함께 살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