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이 절단되거나 유방암 수술 후 재건이 필요한 환자, 장기이식을 앞둔 환자에게 미세수술은 회복의 성패를 가르는 관문이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혈관과 신경을 실 한 올 굵기의 바늘로 잇는 작업은 숙련된 의료진에게도 쉽지 않다. 최근 로봇공학 기술을 접목해 이 정밀 작업의 정확도를 높이려는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세수술은 통상 지름 1밀리미터 안팎의 혈관을 대상으로 한다. 손이 미세하게 떨리거나 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면 봉합 부위가 막히거나 다시 터지는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의료진은 수년간의 반복 훈련을 거쳐야 하고, 장시간 수술로 인한 피로 누적도 정밀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혀왔다.
로봇 미세수술 시스템은 의료진의 손동작을 그대로 따라가되, 미세한 떨림을 걸러내고 움직임의 비율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예컨대 의료진의 손이 1센티미터 움직이면 로봇 팔은 이를 일부만 반영해 훨씬 작은 폭으로 움직이도록 조정할 수 있다. 이 같은 동작 축소 기능은 실제 혈관 봉합 오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들은 로봇팔에 고배율 영상 장비와 인공지능 기반 영상 처리 기술을 결합해 수술 부위를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방향으로도 진행되고 있다. 미세한 혈관의 위치와 두께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의료진에게 시각적으로 안내하는 보조 기능이 함께 개발되는 추세다.

로봇 콘솔로 혈관 봉합을 조작하는 모습 [그림=메디닉스DB]
대한성형외과학회 등 관련 학회에서는 로봇 미세수술이 절단된 손가락이나 팔의 재접합, 유방재건, 림프부종 치료를 위한 림프관 문합술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장시간 수술이 필요한 유리피판 이식 수술에서 로봇의 보조를 받으면 의료진의 신체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기대 요소로 거론된다.
다만 로봇 미세수술은 아직 임상 현장에 널리 보급된 단계는 아니다. 장비 도입 비용이 높고, 의료진이 로봇 조작에 익숙해지기까지 별도의 훈련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관련 연구진은 로봇이 사람의 손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정밀도가 요구되는 구간에서 의료진을 보조하는 역할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국내에서도 대학병원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로봇을 활용한 미세혈관 봉합 연구가 이어지고 있으며, 동물실험이나 시뮬레이션 모델을 통해 봉합 성공률과 소요 시간 등을 비교하는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기초 연구 결과는 향후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로봇 미세수술 시뮬레이션 연구 장면 [그림=메디닉스DB]
전문가들은 로봇 미세수술 연구가 단순히 기술 과시 차원이 아니라 수술 후 합병증을 줄이고 회복 기간을 단축하는 실질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봉합 부위의 혈류가 원활하지 않으면 이식한 조직이나 재접합한 부위가 괴사할 위험이 있어, 정밀도 향상은 곧 환자의 회복 결과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담당 의료진이 로봇 보조 수술을 권유할 경우 해당 장비의 임상 경험이나 병원의 시술 건수, 예상되는 회복 과정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기술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인 기대를 갖기보다는, 자신의 상태에 맞는 수술 방식인지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한 뒤 결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