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와 유튜브에서 집에서 담근 병조림이나 장아찌, 소스류를 소개하는 콘텐츠가 늘면서 가정에서 저장식품을 직접 만드는 사람이 많아졌다. 하지만 밀봉 과정에서 살균이 충분하지 않거나 보관 온도가 맞지 않으면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자라는 보툴리누스균에 오염될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보툴리누스균은 흙이나 물속에 흔히 존재하는 세균으로, 산소가 차단된 밀폐 용기 안에서 특히 잘 증식한다. 이 균은 열에 강한 아포 형태로 존재할 수 있어 일반적인 끓임 정도로는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저장식품을 만들 때 각별한 살균 과정이 요구된다.
보툴리누스균이 만들어내는 독소는 신경계에 작용해 근육 마비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에는 복시나 눈꺼풀 처짐, 언어장애, 삼킴곤란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증상이 진행되면 호흡근까지 영향을 미쳐 위험한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보툴리누스균 식중독은 드물게 발생하지만 일단 발병하면 증상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어 조기 발견과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 특히 가정에서 만든 저장식품은 시판 제품과 달리 살균 공정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위험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

밀봉 전 충분한 가열 살균이 필요하다 [그림=메디닉스DB]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병조림이나 통조림 형태의 저장식품을 만들 때 내용물을 충분히 가열해 살균한 뒤 밀봉하고, 산도를 낮춰 세균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 것을 권고한다. 특히 마늘이나 나물처럼 산성도가 낮은 재료는 오염 위험이 더 크므로 조리법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완성된 병조림이나 통조림은 뚜껑이 볼록하게 부풀어 오르거나 뚜껑을 열 때 가스가 새어 나오는 소리가 나면 내부에서 세균이 증식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먹지 말고 폐기하는 것이 안전하다. 색이 변하거나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섭취를 피해야 한다.
저염, 저당 조리법이 유행하면서 소금이나 설탕을 적게 넣어 저장식품을 만드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이 경우 세균 억제 효과가 줄어들어 오히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훈제육이나 저염 장아찌처럼 산소가 차단된 상태로 장기 보관하는 식품일수록 주의가 필요하다.

뚜껑이 부풀면 먹지 말고 버려야 안전 [그림=메디닉스DB]
만든 저장식품은 상온에 오래 두지 말고 조리 직후 충분히 식힌 뒤 냉장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기간 보관하려면 소량씩 나눠 냉동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며, 유통기한이 없더라도 만든 지 오래된 식품은 되도록 빨리 소진하는 것이 좋다.
보툴리누스 식중독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시간이 지체될수록 위험할 수 있어 즉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대한감염학회 등 전문가들은 원인이 된 음식을 함께 가져가 검사하면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정에서 저장식품을 만들 때는 재료 세척부터 가열, 밀봉, 보관까지 전 과정에서 위생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뚜껑이 부풀거나 냄새가 이상한 제품은 아깝더라도 버리고, 마비 증상이나 시야 이상 등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이 안전을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