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이나 진료 중 CT 촬영을 권유받으면 방사선 피폭이 걱정되면서도 막상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질병관리청은 28일 2025년 한 해 동안 실시된 의료방사선 검사가 총 4억 3,159만 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국민 1인당 평균 8.4건의 의료방사선 검사를 받은 셈이며, 이 같은 증가 추세는 최근 5년간 이어지고 있다고 질병관리청은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검사 건수 자체는 일반 엑스레이 등 상대적으로 피폭선량이 낮은 검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문제는 피폭선량이 검사 건수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컴퓨터단층촬영, 즉 CT는 전체 의료방사선 검사 건수 중 3.8%에 불과하지만 국민이 실제로 받는 의료방사선 피폭선량의 67.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CT가 한 번의 촬영으로도 일반 엑스레이 검사에 비해 훨씬 많은 방사선량을 사용하는 검사 방식이기 때문이다. 몸의 여러 단면을 촬영해 입체적인 영상을 얻는 만큼 진단 정보가 풍부하지만, 그만큼 신체가 노출되는 방사선량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질병관리청의 설명이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발표를 통해 CT 검사 건수와 피폭선량이 늘어나는 추세 자체를 문제로 규정하기보다는, 불필요한 반복 검사를 줄이고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검사를 받는 '적정 이용'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사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진단적 이득이 방사선 노출 위험을 웃도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까지 검사를 반복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취지다.

검사 필요 여부는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야 [그림=메디닉스DB]
의료방사선 검사는 질병 진단과 치료 방침 결정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검사 자체를 무조건 기피할 필요는 없다. 다만 같은 부위를 여러 병원에서 중복해 촬영하거나, 명확한 임상적 필요 없이 습관적으로 정밀검사를 요청하는 경우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사가 꼭 필요한지 애매할 때는 담당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 검사 목적과 대안을 확인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며 진료를 받는 경우 이전에 촬영한 CT나 엑스레이 영상이 있다면 새 병원에 이를 알리고 활용하는 것이 중복 촬영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진료정보교류 시스템을 통해 병원 간 영상 자료를 공유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불필요한 재촬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성장기 어린이나 임신부처럼 방사선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대상은 CT 등 고선량 검사를 받을 때 더욱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진단에 필요한 최소한의 촬영 범위와 횟수로 검사를 제한하고, 대체할 수 있는 저선량 검사나 초음파 등 다른 영상 진단법이 있는지 의료진과 먼저 논의해보는 것이 좋다.

검사 이력 기록해두면 중복 촬영 줄일 수 있어 [그림=메디닉스DB]
질병관리청은 의료기관이 진단참고수준 등 방사선 안전관리 기준을 준수하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기관마다 사용하는 CT 장비와 촬영 프로토콜에 따라 같은 검사라도 피폭선량에 차이가 날 수 있는 만큼, 의료기관의 방사선 안전관리 노력과 더불어 환자 스스로도 검사 이력을 관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자신이 받은 방사선 검사 이력을 파악해두는 것도 중복 검사를 줄이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언제, 어떤 검사를, 어느 병원에서 받았는지 간단히 기록해두면 새로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불필요한 재촬영 여부를 판단하는 데 참고가 된다. 건강검진 결과지나 진료 기록을 보관해두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의료방사선 검사는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정확히 진단하는 데 꼭 필요한 의료 행위이지만, 검사 건수와 피폭선량이 매년 늘고 있는 만큼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CT 등 고선량 검사가 필요한지 애매하다면 담당 의사에게 검사의 목적과 필요성을 직접 물어보고, 이전 검사 기록이 있다면 미리 알려 중복 촬영을 피하는 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실천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