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에게 사료를 줄 때 대부분은 그릇에 담아 한 번에 제공한다. 하지만 최근 반려동물 행동 연구에서는 사료를 단순히 먹는 대상이 아니라 냄새를 맡고 찾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활동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환경 풍부화 급식’이다.
환경 풍부화 급식에는 퍼즐 피더, 노즈워크 매트, 슬로 피더, 간식을 숨겨 찾게 하는 장난감 등이 포함된다. 핵심은 반려견이 음식을 얻기 위해 냄새를 맡거나 발을 사용하고, 간단한 문제 해결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2025년 Journal of Veterinary Behavior에 발표된 보호소 반려견 연구에서는 음식 기반 환경 풍부화를 제공했을 때 개들의 탐색과 활동 행동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먹이를 찾고 주변을 조사하는 행동이 늘었으며, 후각 자극을 활용한 환경 풍부화에서는 점프나 짖는 행동이 줄어드는 변화도 관찰됐다. 연구진은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들면서 일상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평가했다.
반려견이 음식을 얻기 위해 ‘생각하는 과정’ 자체도 의미가 있다. 2026년 Learning & Behavior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개가 버튼을 눌러 과제를 해결하는 컴퓨터 기반 인지 활동에 장기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연구 대상은 한 마리였다는 한계가 있지만, 반려견이 반복적인 인지 과제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학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퍼즐 급식과 관련한 보호자들의 실제 경험을 조사한 연구도 있다. Veterinary Record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반려견 보호자 1,750명을 대상으로 환경 풍부화 급식 사용 여부와 행동 변화를 조사했다. 퍼즐 장난감이나 노즈워크 매트 등을 사용하는 보호자들은 정신적 자극과 식사 시간 연장, 구걸 행동 감소 등을 주요 장점으로 꼽았다. 일부 보호자들은 퍼즐 급식을 시작한 뒤 반려견이 덜 배고파 보이거나 음식 요구 행동이 줄었다고 답했다.
특히 먹는 속도가 빠른 반려견이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기존 연구에서는 일반 그릇 대신 장난감 형태의 급식 도구를 사용했을 때 식사 시간이 크게 길어진 사례도 보고됐다. 급하게 먹는 습관이 있는 반려견에게는 사료 섭취 속도를 조절하고 먹는 과정 자체를 활동으로 바꾸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퍼즐 장난감은 난도가 높을수록 좋은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복잡한 제품을 사용하면 반려견이 음식에 접근하지 못해 오히려 흥미를 잃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실제 환경 풍부화 급식 연구에서도 보호자들은 반려견이 문제를 풀지 못해 좌절하지 않도록 난도를 단계적으로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처음 사용하는 경우에는 사료가 쉽게 보이고 몇 번의 움직임만으로 먹을 수 있는 제품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익숙해진 뒤에는 사료 위치를 여러 곳으로 나누거나 냄새를 이용해 찾아먹도록 만드는 방식으로 난도를 조절할 수 있다. 반려견이 장난감을 물어뜯거나 삼키려 한다면 반드시 보호자가 옆에서 관찰해야 한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퍼즐 급식에 사용하는 간식 역시 하루 섭취 열량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별도의 간식을 계속 추가하기보다 원래 하루에 먹는 사료 일부를 퍼즐 장난감에 나눠 제공하는 방법이 체중 관리 측면에서 현실적이다.
결국 반려견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많은 장난감을 사주는 것이 아니다. 냄새를 맡고 찾고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행동을 일상에서 얼마나 자주 경험하게 해주는지가 핵심이다. 산책과 놀이에 더해 하루 한 끼 정도를 ‘찾아먹는 식사’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반려견의 일상에 새로운 자극을 제공할 수 있다.